[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최근 순창군이 내년도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지역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8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군민 2만 6천여 명 모두가 연간 180만 원을 받게 됐는데요.
그런데 한편에선, 기존 복지수당이 사라지게 됐다며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순창군의 한 도로변,
‘농어촌기본소득’ 사업 선정 축하 현수막 바로 위에, '줬다 뺐는 게 어딨냐'는 농민단체의 비판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모두 불법 현수막이지만, 순창군이 비판 현수막만 콕집어 철거하며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세용 / 순창군농민회 사무국장]
“(왜 이것만 뗀 것 같아요?) 아무래도 문구가 마음에 안 들어서 군수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닌가..”
순창군이 자체 사업으로 지급해 오던 ‘농민수당’을 내년부터 없애려 하자 벌어진 일입니다.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행정과, 반발에 나선 농민단체가 맞서는 겁니다.
이른바 ‘이재명표 농어촌기본소득’의 시범사업 대상지로 순창군이 최종 선정되면서 불거진 논란입니다.
올해 농민수당 성격의 현금 복지를 농가 한 곳당 연간 140만 원으로 늘린 순창군,
대상은 약 7천 농가, 총 100억 원 넘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이 예산 전액을 농어촌기본소득 재원으로 전환하기로 한 내부 방침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농촌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지역 농민(음성변조)]
"'농민수당 그대로 주고, 기본 소득을 주지 마라',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대부분) 주민들이 모르죠. 농민을 속이는 행위다.."
물론 ‘농어촌기본소득’으로 바뀌면, 받는 돈이 늘어나는 건 사실입니다.
가구 단위로 지급하는 ‘농민수당’과 달리 1인당 지급이고, 연간 지급액도 40만 원이나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농민 입장에선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농업인 소득안정’을 목표로 한 농민수당만의 선별적인 혜택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세용 / 순창군농민회 사무국장]
"농민수당과 기본소득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제도인데,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고 생각합니다."
순창군은 농민수당과 농어촌기본소득은 성격이 유사하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해 예산 조정 방침도 세웠다고 해명하지만,
‘농민수당 예산을 기본소득에 써도 괜찮겠냐’는 질문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순창군 관계자]
"(전환해서 기본소득에 쓰는 것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으셨어요?) 직관적으로요? (예.) 그런 형태는 아니었을.."
재정 여건이 넉넉지 않은 농촌지역에서 내년도 첫 시행을 앞둔 정부의 기본소득 실험,
하지만 누군가가 누려온 복지 혜택을 덜어내야 가능한 현실 속에서,
순창의 사례는 보편복지의 이상과 현실 사이, 그 미묘한 경계에서 많은 과제와 질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