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쪽문을 중심으로 울타리가 막히고 트이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둘러싼 아파트 간의 갈등 때문입니다.

갑작스레 통행로가 막히면 학생들은 담을 넘고 있는데, 이를 위험하게 여긴 한쪽 아파트가 막힌 울타리를 치웠지만 언제 또 막힐지 모를 상황입니다.

이주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가방을 멘 학생들과 한 여성이 아파트 사이에 있는 울타리 담을 넘습니다. 

초등학생 등 평소 입주민들이 오가던 아파트 사이의 쪽문이 갑작스레 막혀버렸기 때문입니다.

옆에는 아파트 경계 쪽문을 폐쇄한다는 안내 문구가 세워져 있습니다.

[초등생 학부모]

"하교 시간부터 제가 5시에 지나다니니까 막혀있다고 돌아가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떤 분이. 기존 통학로가 여기니까 계속 이용하고 있었는데 여기가 막혀서.."

갑작스럽게 길이 막히자 우선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초등학교까지 5분이면 갈 수 있었던 길을 놔두고 2~3배 이상의 시간을 들여 대로변 옆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초·중학교 학생들이 무리하게 담을 넘거나 좁은 틈 사이로 지나가려다, 학생 1명이 다친 일까지 생겼다고 걱정합니다.

[김영수 / A아파트 주민]

"전부 다 뛰어넘어가. 뛰어넘어가더라. 한 100여 명 돼. 아침에 다 넘어가는 거야 왜냐하면 갈 데가 없으니까.."

이 현상의 배경에는 아파트 재건축을 둘러싼 소음과 분진 등 민원, 그리고 보상과 관련한 두 아파트 입주민들 간의 복잡한 셈법이 얽혀있었습니다.

[A아파트 주민]

"아파트가 지어지고 난 후에 그쪽에서 원하는 거는 본인의 아파트도 재건축이 될 수 있으니 돈과 그다음에 자기네 아파트들이 재건축이 될 때 민원을 넣지 않는 조건이 있는 거예요."

통로를 막은 B아파트는 A아파트가 "사유지인 아파트로 통하는 길을 마음대로 내서 이용했기 때문에 정당하게 길을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주연 기자]

"하지만 바로 옆에 붙어있는 다른 아파트와의 통행로는 막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간의 '협상'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따라 누구는 자유롭게 길을 다니고 누구는 다니지 못하게 됐습니다.

[인근 초등학생]

"여기 계속 빙 돌아가야 해서 여기를 울타리로 막아 놓으면 불편할 것 같아요."

A아파트 측은 쪽문이 막히자 B 아파트와 협의 없이 다음날 양쪽 울타리 일부를 철거해 새로운 길을 만들었습니다.

아파트 재건축을 둘러싼 어른들의 갈등에 정작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초등학교 측은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그래픽: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