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
◀앵커▶
전북에는 인구가 2만 명대에 머물러 있는 이른바 ‘소멸위기 지역’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들 지역에서 실시되는 여론조사가 실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주MBC는 여론조사의 실태를 점검하고, 구조적 문제와 한계를 짚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처음부터 상당수 주민이 배제된 채 '반쪽짜리'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소멸위기 지역 여론조사의 맹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선거철마다 진행되는 정치 여론조사는 통상 시군별로 500명을 표본으로 민심을 묻습니다.
이때 통신 3사를 통해 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유권자 휴대전화 번호는 대개 30배 수준인 1만 5천 개,
소규모 시·군이 많은 전북권 지자체라 해도 인구가 2만 명은 넘기 때문에 표본이 충분할 것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제 통신 3사가 최대로 끌어모으고 있는 안심번호 숫자는 정작 인구의 절반 수준인 1만 개가량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음성변조)]
"통신사에서는 최대치(가상번호 30배)를 주려고 하죠. (하지만 모자라서) 못 주는 경우도 있죠."
지난달 전주MBC가 진행했던 여론조사만 보더라도 진안과 무주, 장수 등 소규모 시군에서 추출된 안심번호는 1만 개를 겨우 넘겼습니다.
유권자의 절반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여론조사 설계 단계부터 배제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지워지고 있는 걸까?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음성변조)]
"'알뜰폰 가입자'들 있잖아요? (여론조사에서) 전체가 다 빠지는 거죠."
정부 조사에 따르면, 통신 3사와 별개인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전체 가입자의 20%에 해당하는데, 여론조사에서 원천 배제되는 겁니다.
[임실군 주민(음성변조)]
"(올해 여론조사 전화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요금제가) 알뜰폰이나 이런 건 아니죠?) 저는 알뜰폰 쓰고 있어요."
구조적 요인은 또 있습니다.
투표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하지만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를 기반으로 번호를 추출합니다.
이 때문에 특히 타지에 사는 자녀들이 요금을 내주는 경우가 많은 농촌지역 노령층 주민일수록 가상번호 추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장수군 주민]
"(여론조사) 그런 거 안 받아봤어요. 요금? 우리 딸이 내요. (따님은 어디 계세요?) '대구'요."
[진안군 주민]
"(여론조사 전화 최근에 받아본 적 있으세요?) 몰라요. (전혀 없으세요?) 네. (휴대전화 요금은 누가 내고 계세요?) 아들이.. (아드님 댁이 진안이 아니신가요?) '전주'예요."
이렇게 배제되는 절반의 인구,
이들의 성별, 연령별, 소득별, 그리고 정치적 성향에 대한 통계학적 분석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조수영 기자]
"대도시 여론조사가 넓은 바다에서 그물을 던져 민심을 고르게 건져 올리는 방식이라면, 소도시 여론조사는 작은 연못에 가깝습니다. 우연히 잡힌 일부 표본이 전체 민심처럼 해석되는 착시가 발생할 수 있고, 누락이 커질수록 그 왜곡 가능성도 함께 커지는 구조입니다."
가뜩이나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절반의 주민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자칫 오염된 여론이 전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두 배로 커집니다.
이런 틈새를 노린 조직적인 개입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AI음성대역)]
"(소규모 지역일 수록) 훈련된 사람들이 응답을 했을 때 어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되죠."
이같은 여론조사 방식은 비단 언론사 등의 참고용 조사 뿐만 아니라,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정 정당의 독점 구도가 공고한 전북에서, 사실상의 시장·군수를 결정하는 과정에 주민 절반이 관여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불완전한 숫자 위에 지역의 미래를 이대로 맡겨도 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점검이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서정희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