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전주MBC
◀앵커▶
앞서 전주MBC는 휴대전화 부가서비스를 이용해 한 사람이 확보할 수 있는 최대 6개의 안심번호가 전부 여론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래봤자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인구 2만 명대의 농촌지역에 대입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불과 수백 명의 불순한 세력만으로도 유권자 전체의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응답률 50%라는 상징성과 함께 이제 우려를 넘어 지방자치의 근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북에서 유권자가 2만 명 안팎인 농촌 지역은 모두 다섯 곳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서 최근 휴대전화 가입자 정보를 기반으로 추출되는 여론조사용 가상 번호는 최대로 잡아봐도 유권자의 절반 수준인 1만여 개 수준입니다.
전주MBC가 앞서 보도했듯이 알뜰폰과 요금 청구지 이원화 등으로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유권자 절반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안군 주민(지난 21일)]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 기간이거든요. 혹시 전화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어저께 오전에.. (당원이세요?) 당원이에요."
[진안군 주민(지난 21일)]
"(민주당에서 경선 여론조사를 진행하는데 전화 받은 적 있으세요?) 아니요. (못 받으셨어요?) 네."
처음부터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주민이 이처럼 대폭 줄 경우 왜곡은 그만큼 쉬워집니다.
유권자 2만 명 가운데 만 명만이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현재의 실태를 대입해, 불순한 세력들이 개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파장에 대해 따져봤습니다.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를 여론조사 지역으로 이전한 외부 세력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1인당 허용된 3개 회선에 듀얼번호를 신청해 가질 수 있는 번호는 개인당 최대 6개.
만약 300명이 조직적으로 동원된다면, 순식간에 1,800개의 번호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입니다.
이 1,800개 번호가 일부 후보의 주장과 증거대로 전체 모집단인 만 개의 가상번호에 포함돼 있다면, 일반 주민의 실제 회선은 나머지 8,200개라는 뜻입니다.
[조수영 기자]
"만들어진 1,800개가 여전히 일반 유권자 회선 8,200개에 비해 턱없이 적어 보이지만, 여론조사의 응답률을 대입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년 전 지방선거 기간 진행된 여론조사 응답률 평균은 약 10.4%, 학계에서는 최대 20%까지를 정상적인 응답률로 여깁니다.
[임실군 주민(음성변조)]
"(여론조사) 전화가 와도 우리가 받지를 않아. 절대.. "
[임실군 주민(음성변조)]
"마음의 준비가 다 돼 있는데, 뭐하러.. 받으면 뭐해요?"
일반 유권자들이 가진 8,200개 회선의 응답률을 정상범주 최대치인 20%로 계산하면, 마지막까지 응답을 마치는 주민은 약 1,640명에 그칩니다.
반면 오로지 여론조사를 목적으로 요금 청구지만 옮겨온 3백 명은, 자신들이 가진 1,800개 회선 모두를 응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640대 1,800.
결국 산술적인 가능성만을 놓고 보면 불순한 의도를 가진 3백 명의 요금청구지 이전 세력, 일명 '대포폰 세력'들이 2만 명 유권자의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통상의 시·군 단위 정치 여론조사는 500개 샘플을 기준으로 하는데, 무작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똑같은 비율로 취합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처럼 조작된 가상번호가 대규모로 대기할 경우, 최근 50%까지 치솟은 여론조사 응답률 또한 어느 정도 설명이 될 수 있습니다.
당내 경선용 여론조사도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지방선거 내내 다수의 후보들이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수용 / 당시 민주당 진안군수 예비후보 (지난 2일)]
"이것은 어느 한 지역의 잡음이 아닙니다. 어느 한 후보의 불만도 아닙니다. 전북 민주당 공천 전체가 중대한 불신과 의혹 한가운데 서 있다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외부에서 유입된 대포폰 세력들은 정작 유권자가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설동훈 교수/ 전북대 사회학과 (전 한국조사연구학회 회장)]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문제죠. 민주당 후보로만 뽑히면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 탈법행동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여론조사로 좌우되는 당내 경선 결과가 사실상 당선을 의미하는 지역에서, 잘 조직된 외부인 3백여 명이 인구 2만 명을 대표하는 단체장을 낙점할 수 있다는 위험한 계산법,
[조수영 기자]
"극단적인 가정 같지만, 이 '수치상의 가능성'은 소멸 위기에 놓인 작은 농촌 지역 곳곳에서 50%라는 믿기 힘든 여론조사 응답률을 통해 이미 심상치 않은 이상 신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서정희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