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MBC 자료사진]
◀앵커▶
군산 신도심의 신설 유치원 정원이 부족하자 예비 학부모들이 항의에 나섰고, 원아 모집 시작 직전 수정됐다는 소식, 연이어 전해드렸는데요.
마냥 잘 해결됐다고 하기에는 혼란의 연속이었고, 결국 교육청과 도의회에 대한 신뢰는 크게 실추됐습니다.
허현호 기자가 그간의 과정을 되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군산 신도심에 신설될 유치원의 정원이 턱없이 부족하자 교육지원청에 몰려든 예비 학부모들,
저녁부터 도의원과의 긴급 간담회가 열리는 등 원아모집 전날 상황은 급진전됐습니다.
결국 전북교육청은 모집 시작이 1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각각 8학급씩이던 일반학급과 특수학급 수를, 예비 학부모들의 주장대로 일반학급 12개와 특수학급 4개로 바꿨습니다.
[군산 신역세권 예비 학부모(지난 17일)]
"(특수 학급이 차지 않아) 총 16개 중에 5개 교실이 비어요. 집 앞에 5개 교실을 비워두고 만 3세 아이들이 매일 한 시간씩 통학을 해야 된다는.."
모집 공고 2주 전인 지난 5일, 학부모 대표와 공·사립 유치원 관계자 등이 모인 간담회에서 각자의 의견이 확인됐고 방향은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은 사립유치원 측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결정을 미뤘고,
[전북교육청 관계자]
"일반 모집 전에 바꿔야 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맞고, 또 화요일 날 이제 결정이 잘 이루어져서 좋았던 거죠. 잘 된 거죠."
중재 역할을 자임했던 도의회 박정희 교육 위원은 학부모들의 절박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박정희 의원/전북도의회]
"12월부터 추가 모집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러면 이달 말까지는 (항의가 많으니) 참고, 12월에 반을 변경을 해서 모집을 할 수 있게끔 해야 되겠다. 그런데 갑자기 점검을 하다 보니까 안 된다는 거예요."
해당 사업이 처음 흔들린 건 서거석 전 전북교육감의 당선 직후인 지난 2022년이었습니다.
서 전 교육감은 당시 "유치원 신설이 기존 사립 유치원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라며 재검토를 시사했고,
전북도의회에서도 군산의 기존 유치원 충원율이 낮다는 점과 사립유치원 보호 등을 언급하며 기존 계획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교육계 반발에 서 교육감은 의견을 번복했지만, 전북도의회는 그해 11월, 돌연 일반학급 수를 4곳 줄이고 특수학급 수를 5곳 늘렸습니다.
[박정희 의원/전북도의회]
"2022년 당시에 (9반뿐이었는데) 19반의 특수아동 반이 필요했어요. 그렇게 해서 (각각) 8반, 8반을 했는데, 작년과 올해 제가 특수반 설치하는 것을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어요."
하지만 도의회에서 특수학급수를 늘린다는 결정을 할 때 정작 당사자인 장애 아동 학부모들은 논의 과정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이달 초 간담회에서도 4학급이냐 8학급이냐가 아니라 그저 가까운 유치원에서 통합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학부모들.
한 장애 아동 학부모는 교육청의 의견 수렴 과정이 모양새가 필요해 들러리 세우듯이 앉혀놓은 느낌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한 교육청과 교육위원들의 안일함, 거기에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과도하게 반영되면서 예비 학부모들만 혼란과 상처를 받고 말았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서정희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