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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파출소장 노인 폭행.. 경찰은 '수수방관'
2023-02-02 883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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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직 파출소장이 80대 노인 2명을 무차별 폭행했다는 소식, 어제 단독으로 전해드렸는데요.


3주가 지난 뒤 폭행 현장에는 여전히 피 묻은 휴지가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경찰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사실을 인지하고도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습니다. 고소장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인데, 전직 파출소장에 대한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허현호 기자가 단독 보도 이어갑니다.


◀리포트▶

정읍 산외면의 한 마을,


83살 송 모 노인은 지난 11일 저녁 8시쯤 같은 면에 살던 전직 파출소장에게 폭행을 당해 뇌혈관이 터지는 등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다른 80대 노인 역시 구타를 당한 뒤 '죽여버린다는' 협박을 당했고, 3시간 넘게 전직 소장 차에 끌려다니기도 했습니다. 


[송 씨 / 피해자]

"'여기서 죽이려고 했더니 장소가 마땅치 않다.' 저수지를 찾는다고 그래. 죽느냐, 사냐 하는데 뭔 생각이... 아프기는 하지, 몸뚱어리는 꼼짝을 못 하지."


문제의 인물은 이 지역 파출소 3곳의 파출소장을 역임했던 62살 김 모 씨, 


농협 이사 출마를 예정했던 김 씨는 그동안 출마하지 않겠다던 80대 노인들이 출마를 결심했다는 말에 격분했다며 범행을 벌였습니다.


사건 발생 3주가 지난 상황, 소문이 무성하고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경찰은 뭘 하고 있었을까?


피해자가 구타당한 장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혈흔이 묻은 휴지들이 쓰레기와 뒤섞여 포대 자루에 무더기로 버려져 있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폭행이 벌어졌던 다방의 주인은 사건 발생 다음 날 의자와 집기들이 어질러져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밝힙니다. 


[다방 주인]

"어디로 다 밀려가고 없어. 저쪽 의자 하나는 저 뒤에 가 있고. 엉망이 돼서, 내가 깜짝 놀랐어."


면 소재지에 80대 노인들이 폭행당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경찰은 핵심 증거일 수도 있는 당시의 흔적도 확보하지 않은 겁니다. 


[인근 주민]

"동네에 소문이 다 났다니까. 소문이 그렇게... 그렇게 맞았다고...."


[인근 상인]

"설 며칠 남겨놓고 들은 것 같아요. 난 듣기만 했어. 사람들한테. 그러고 소문이 났다고..."


사건 당사자가 합의하면 처벌하지 않는 단순 폭행이 아닌, 중상을 입고 피해자가 입원까지 한 '상해' 사건,


경찰이 당연히 개입해야 할 사안인데 관할 파출소는 사건 일주일 뒤 소문을 듣고도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112 신고가 없었다는 겁니다. 


[파출소 관계자]

"신고 들어온 것이 있어야 뭘 파악이 되고 그러는데... 후에, 일주일 후에 우리가 알았을 때 고소장 넣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 이야기가 돌더라고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죠."


폭행 발생 3주가 지난 뒤 피해자의 고소장이 접수되자 정읍경찰서는 그제야 피해자 조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오는 3월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촌에서 선거 관련 불법 행위가 없는지 엄단하겠다고 나선 상황입니다.


농협 이사에 출마한다는 전직 파출소장의 무차별 폭행에 좁디좁은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는데 고소장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경찰의 해명에 제 식구 감싸기냐, 무능이냐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강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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