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Air
'헬스케어' 제품 보급에 백50억, 결국 특정업체
2021-11-08 1302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선명한 화질 : 상단 클릭 > 품질 720p 선택]

 

막대한 규모의 복권기금을 확보한 전라북도가

갑자기 농업인들의 건강을 챙기겠다며

경로당에 안마기기 등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투입된 예산만 백 50억 원인데,

시군별로 진행된 입찰에서 어찌 된 일인지

특정 업체 제품이 사실상 싹쓸이를 했습니다.


알고 보니 입찰 조건 가운데 몇몇은 해당 제품의 특허 기능이었고, 이러다 보니 다른 제품은 아예 입찰에 참여조차 할 수 없었던 겁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VCR▶

지난 2019년, 정부로부터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무려 15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전라북도..


농업인들의 의료 복지 향상에 활용하겠다며

지난해부터 2년 동안 '생생 농업인 헬스케어'

라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나섭니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농어촌 마을 경로당에

안마의자와 발 마사지기 등 3가지 품목을

공급하는 것으로, 각 시군별로 일제히

공개입찰에 들어갔습니다.


◀SYN▶전라북도 관계자

특정 제품을, 규격을 (저희가) 명시해버리면 더 논란의 소지가 있는 거죠. 단가와 품목만 정해서 시군을 통해서....


과연 진짜로 공정했을까?


발 마사지의 경우 시중에 출시된 제품만

수백여 종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14개 시군

가운데 최소 11개 시군이 특정 회사의

제품을 선정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CG]

발 마사지기 입찰을 진행했던

한 시군이 조건으로 내걸은 제품 설명서.


제품 규격과 가동 범위가 센티미터 단위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고, 회전 각도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통상의 발 마사지기 기능과는 크게 상관없는 자동 높낮이 조절 기능이나

무릎 마사지 기능까지 포함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의료기기도 아닌 발 마사지기에 굳이 필요한 기능이냐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SYN▶안마기기 매장 관계자

어르신들이 무릎이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무릎은 거의 뼈로 이뤄져 있잖아요. 무릎을 마사지한다는 의미가 거의 없죠. (대형 브랜드) 그런 데에서는 높낮이 기능이 거의 없고, 무릎 기능이 거의 없고....


◀SYN▶안마기기 매장 관계자

(기자:(높낮이가) 4cm 정도 왔다 갔다 하는 건데...) 그게 되게 미세하게 움직이는 거예요. 4cm 면, 이 정도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정도는 그냥 키에 따라서...


이 같은 조건은 모두 한 중소기업의

특정 발 마사지기 제품 사양과 정확히 일치했고, 결국 어떤 공급 업자가 낙찰되더라도

해당 제품을 납품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SYN▶낙찰업체 관계자

최소한 경쟁 모델이 같이 존재해야 하는데, 주변 사장님들한테 얘기를 들었을 때도 00업체 제품이었고, (시군) 담당자한테 얘기를 들었을 때도....


이처럼 특정 업체 제품의 사양을 그대로

복사한 듯, 동일한 입찰 조건을 내걸은 시군은

김제와 정읍 등 취재진이 확인한 곳만

최소 10곳, 금액으로는 40억 원에 달합니다.


한 대당 입찰 예정 가격은 75만 원으로

책정됐는데, 시중에 나와있는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2배 가까이 비쌉니다.


◀SYN▶안마기기 매장 관계자

왜 그렇게 비싸요? 이렇게까지 굳이, 너무 비싼.... 지금 보시는 것처럼 이거(유명 브랜드 제품)만 해도 40만 원 대인데... 그리고 이게 브랜드 자체가 메인 브랜드는 아니잖아요.


사실상 납품의 독점권을 확보한 해당 업체.


이제는 한 술 더 떠 자동전자혈압계 등

나머지 입찰 제품도 자신에게 사지 않을 경우 발 마사지기도 줄 수 없다며 횡포를 부립니다.


◀SYN▶낙찰업체 관계자

(다른 제품) 안 주면 못하니까... 혈압계도 같이 묶어줘야 발 마사지기랑 같이 납품을 할 수 있다.... 발 마사지기 업체지, 혈압계랑 아무 관련이 없는데 그것까지 달라고 하니까... 황당하죠.


이처럼 함께 납품된 개당 10만 원짜리

발 마사지기 보조 의자는 알고 보니 시중에서

만 3천 원대에 팔고 있는 중국산 접이식

의자였습니다.


해당 제품을 공급한 업체는 일선 시군이 알아서 한 입찰일 뿐, 자신들은 어떤 영향력도 행사한 바 없다고 말입니다.


◀SYN▶해당 제품 유통업자

어떤 상품이든, 천만 원이 됐든 백만 원이 됐든, 규격에만 맞으면 통과가 됩니다. 법적으로 하자가 걸릴 게 있으면 저희도 안 해요. 선생님. 돈을 주고받거나 그런 경우도 없고....


짜 맞춘 듯 특정업체를 암시하는 입찰공고를

잇따라 냈던 해당 시군들은 이제 와서

다른 시군의 입찰 공고를 참고했을 뿐이라고

서로 책임을 떠넘깁니다.


당연히 입찰 조건들이 특정 제품의

특허사항이라는 점도 몰랐다고 발뺌합니다.


◀SYN▶김제시 관계자

아무래도 처음 하는 사업이고, 규격을 어떻게 해야 되고 금액을 어떻게 가야 되냐 한 건데, 나중에 이제 뭐 '특허 제품이다'라고 말씀을 하셔서....


하지만 업계에서는 누군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없이 이처럼 판에 박힌 듯

동일한 입찰공고가 시군별로 함께 뜨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SYN▶공공기관 납품업자

시나 군의 담당자들은 도 담당자들에게 다 문의를 하게 돼있어요. 문제 안 생기는 걸 최우선 원칙으로 생각하니까... 어떤, 서로 간의 얘기가 오가지 않고서는 이게 말이 안 되는 거죠.


정부로부터 어렵게 확보한 백 50억 원의

복권기금.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전라북도의 사업 선정과

일선 시군의 입찰 진행으로, 사실상 특정업체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되면서 특혜 의혹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END▶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