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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번호 맞나".. 취약점 드러낸 '여론조사'
2026-04-22 1541
조수영기자
  jaws0@naver.com

사진출처 : 전주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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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선거에서는 무엇보다 여론조사가 후보자를 선출하는 주요한 잣대로써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심지어 유권자도 아닌 외부인이 휴대전화 번호를 여러 개 만들어 여론조사에 반복 응답하는 방식으로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선거관리위원회는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라고 장담해 왔는데, 그 시스템의 구멍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동통신사는 한 개의 회선에 두 개의 번호를 부여하는 이른바 '듀얼(Dual) 번호'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 스마트폰 한 대에 두 개의 번호를 할당하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한 사람이 두 개 번호로 각각 여론조사에 응답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정치 여론조사를 관리·감독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럴 일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1인 1번호' 원칙이 적용된 가상번호 추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음성변조)]

"통신사 SK, KT, LG 모두 제일 처음에 가입해서 '한 회선'에서만 그 대상(번호 추출 대상)으로 하고 있대요. 첫 번째 번호를 제공한다는 거죠."


실상은 그런데, 선관위 설명과 전혀 다릅니다.


이동통신사들은 듀얼 번호로 전화가 올 때는 원래 번호와 구분하기 위해 별표(*)가 들어간 별도의 식별번호를 붙입니다.


듀얼 번호 서비스에 가입된 단말기로 전화를 걸어보면, 이처럼 발신자 번호에도, 별표에 281번호가 붙어 표시되는 식입니다.


선관위 주장대로라면 이런 식별 번호가 붙은 여론조사 전화는 결코 걸려오지 않아야 합니다.


문제는 버젓이 걸려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ARS여론조사 전화(지난 3월 5일, '듀얼 번호' 수신]

"선생님이 남성이면 1번, 여성이면 2번을 눌러주십시오. 선생님 연령은 다음 중 어디에 해당되십니까? 1번. 만 17세 이하 (중략)"


[전북 지역 선거캠프 관계자(음성변조)]

"지지자들한테 좀 찾아달라고 막 해서 찾은 거예요.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런 거 하나도 오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하잖아요."


더 큰 문제는 한 사람이 본인 명의로 가입할 수 있는 회선이 여러 개라는 점입니다.


이동통신 3사는 동일인에게 최대 3개의 회선을 제공합니다.


각 회선마다 듀얼 번호를 신청하면 한 사람이 최대 6개의 번호를 갖게 됩니다.


[이동통신사 콜센터 (음성변조)]

"고객님 명의로 신규 가입을 할 수 있는 회선이 최대 3대예요. (부가 서비스 이용하면 최대 6개 번호는 쓸 수 있겠네요?) 네. 자세한 건 저희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긴 하지만요."


이론 상 여론조사에서도 최대 6번을 응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타 지역에 주소를 두고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만 특정 지역으로 옮긴다면,


해당 지역에 참정권이 없는 사람이 일반 유권자에 비해 여론조사에서 6배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특히 인구 2만 명대의 소규모 농촌 지역일수록 이런 조직적 개입의 파괴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여론조사 비중이 50%인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이 같은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성준후/ 당시 민주당 임실군수 예비후보 (지난 2일)]

"인구 2만도 안 되는 지역에, 계속 인구가 소멸됐으니까 핸드폰도 줄어드는 게 당연한 겁니다. (여론조사용 번호) 3천 개가 갑자기 들어왔으면, 이거 범죄 행위 아닙니까? 경선을 치러서 그걸(결과를) 누가 인정하겠습니까?"


산술적으로 '1인 6표'가 쉽게 가능한 여론조사 시스템의 허점을 원천 차단하지 않는 한, 유권자가 아닌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시장, 군수 후보가 꼽힐 수 있다는 불신도 해소될 수 없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서정희

그래픽: 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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