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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복 입고 싶어서".. 수십 년 설움 걷어낸 졸업장
2025-02-21 1243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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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생 배움이 없어서 설움을 받아온 만학도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장을 받아든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는데, 학생 평균 나이가 일흔두 살이었습니다.


이처럼 글도 가르쳐 주고 졸업장까지 준다는 입소문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학력인증 시설 수가 올해 2배로 늘었을 정도로 그 열기가 뜨겁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강당에 울려 퍼지는 졸업식 노래, 조금은 특별한 학생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품에 안고, 받아든 꽃만큼이나 환하게 웃는 이들은 늦은 나이에 초·중 과정을 마친 만학도들입니다.


평생 꿈꿔왔던 교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학생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참지 못합니다.


[송은례]

"이 교복을 입고 싶어서.. 평생 꿈이었어요. 너무너무 이 교복이, 어렸을 때 친구들은 입고 다니는데 저는 못 입었거든요."


가난해서, 여자라서 다니지 못했던 학교..


글 한 자, 셈 하나가 어려워 은행이라도 갈 때면 일부러 손에 붕대를 감았고, 아이들이 글을 물어올 때면 애써 외면해야 했습니다.


수십 년간의 설움을 공책에 꾹꾹 눌러 담기를 6년, 구순의 나이에 비로소 세상은 환해졌습니다.


[이필순(90세, 최고령 졸업생)]

"글을 모르니까 답답하고, 어디 가도 모르니까 자꾸 주저하고.. 이런 배움이 있다고 해서 누구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학교에) 달려가 가지고.."


7, 80년대 야학의 전통에서 시작된 지금의 학력인정 문해교육 학교.


졸업장을 준다는 입소문에 도내 인증 학교 수가 지난해 10곳에서 올해 20곳으로 두 배 늘었을 정도로 배움의 열망은 불이 붙고 있습니다.


교사가 부족할 지경에 이르자 전북교육청은 올해 퇴직 교직원을 중심으로 전담 교사 30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김명자, 박영민]

"노트에다 받아쓰기도 많이 하시고, 요즘에는 문자 (메시지) 보내는 법도 아셔서 가족들한테 문자도 많이 보내고 하시거든요. 사 남매 키워 주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더 이상 주눅 들지 않겠다며 한걸음 단단히 내딛는 만학도들의 용기에 스스로 삶을 바꾸려는 도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서정희

영상제공: 전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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