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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전북교육청이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간을 3배까지 늘리고, 참여 기업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취업률이 낮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학생들의 안전을 도외시한 채 과거 기준으로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북 지역 직업계고 학생들의 산업체 현장실습 기간은 타 시도의 3분의 1 수준인 4주입니다.
지난 2017년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도중 폭언과 실적 압박 등에 시달려 숨진 여고생 홍수연 양의 사건이 계기였습니다.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장실습을 개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겁니다.
그런데 최근 전북교육청이 현장실습 기간이 너무 짧다며 타 시도처럼 최대 12주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공용선 장학관 / 전북교육청]
"(학생들이) 조금 더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현장 학습과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자는 게 교육청에서 현장실습 확대 안을 말씀드리는 이유다."
지난해 38.7%를 기록한 특성화고 취업률이 전국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가 현장실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입니다.
또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의 상시 근로자 수 최저 기준을 분야에 따라 최소 15인에서 5인으로 완화하겠다는 안도 함께 내놨습니다.
전북 지역의 산업 규모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인데, 다시 말해 영세한 기업도 현장실습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유영철 교사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타 시도에 있는 학교잖아요. 거기와 비교해서 너무 짧기 때문에.. '기간이 너무 짧아서 전북기계(공고) 아이들 안 받는다' 그런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의견 청취를 위해 마련된 공청화에서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김형배 교사 / 군산여자상업고]
"성인 노동자도 산업 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생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 준비 안된 기업체에 현장실습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을 보낸다는 거는 얼토당토않습니다."
짧은 현장실습 기간이 취업에 걸림돌인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장실습생의 신분으로 영세하고 위험한 현장에 노출되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라는 겁니다.
결국 일자리의 질은 전혀 담보하지 못한 채, 학생들이 '값싼' 현장 인력으로 소비되고 말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강문식 사무처장 / 전북노동정책연구원]
"실제로 그냥 허드렛일만 시키는 곳도 있고 아예 그냥 똑같이, 첫날부터 (실제 업무와) 똑같은 일을 시키는 곳도 있는데.. 교육과정이라고 하면, 교재도 있어야 되고 평가 과정도 있어야 되거든요."
단기적인 취업률 개선을 위해 학생들의 미래와 안전에 대한 기준은 과거로 퇴보시키는 것은 아닌지, 비판과 논란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MBC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