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들의 이해충돌 논란,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오늘은 자신이나 관련 업계의 이득을 위해
일부 지방의원들이 특정 사업의 예산 배정을
아떻게 유도하는지 실태를 고발합니다.
지방의원들은 의정활동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으로 포장하고
그럴듯한 발언들을 늘어놓지만 여지없이
'그들의 이익'을 노린 부정과 술수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019년 익산시의회
상임위원회 회의록입니다.
한 시의원이 하천제방의 제초 작업이 급하다며 예산 편성을 재촉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풀 깎기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것 같다"
"이번에 하고 다음번에 추경 세울 때
하천에 대해 예산을 더 세워줘야 된다"
"발주도 빨리 해야 된다"
"추석 끝나면 하겠다"는 공무원의 말에
"추석 끝나면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익산시의원,
배우자가 관련 업체 대표입니다.
해당 업체는 익산시가 발주한 2천만 원
미만의 수의계약을 주로 수주했는데,
특히 '풀 깎기'라고 표현된
여러 건의 제초 공사가 눈에 띕니다.
시의원이 예산 증액을 요구한 바로
그 제초공사, 같은 해와 그 이듬해에 걸쳐
가족 업체를 통해 가져간 겁니다.
해당 의원은 전부 본인 뜻대로 된 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소병직 의원 / 익산시의회
"(물론 공익적인 목적에서 말씀하시기는 했지만) 편성은 안 됐잖아요. 하나도. (발언하신
것과 공사 수주한 건 관계가 없다는 거죠?)
예. 그렇죠."
이번엔 순창군의회의 한 기초의원..
재작년 수해피해 지역 복구를 위해 조속한
예산집행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발언했습니다.
신정이 의원 / 순창군의회(지난 2020년 12월)
"미리 좀 설계는 완벽하게 하셔서 내년 봄에
빨리 시행이 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 철저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뜻 피해 주민들의 우려를 대변한
발언같지만 이해충돌 논란이 숨겨져 있습니다.
발언이 나온 지 넉달 만에,
순창군의 여러 수해복구사업 가운데
5천여만 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했다고 나온 이 건설업체,
다름 아닌 신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였는데, 이 업체는 신 의원의
재선 기간 8년 동안 순창군 공사 93건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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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자신이 속해있던 업계의 이익을
대놓고 대변한 지방의원들도 있습니다.
범죄 예방에 필요하다며 방범용 CCTV
설치 확대를 주장한 이 부안군의원..
김정기 의원/ 부안군의회(지난 2019년)
"CCTV업체 및 카메라 선택을 비전문가인
마을주민들이 결정하다 보니 무조건 단가가
낮은 저가형 카메라만 설치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범죄예방 효과의 실효성.."
부안군의원에 당선되기 직전까지 부안 지역에서 CCTV 공사업체를 운영했습니다.
현재는 본인과 배우자가 보유한
업체 지분 대부분을 정리한 상황..
표면적으로 이해충돌 논란 소지를 없앴다지만,
관련 업체는 과거엔 없었던 방범용
CCTV 공사를 여러 건 수주하며 지방 의원을
배출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해당 의원은 논란을 의식해 대표를 지낸 업체와 거리두기에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기 의원 / 부안군의회
"(지금도 이해관계가 없고 나중에도 없을
거라는 보장이 있으십니까?) 최대한 벗어나려고.. 그래서 직원들한테도 그거(CCTV)
관련돼서는 제가 부르지를 않습니다."
이해충돌을 넘어 자신과 관련된
이익을 대변하다시피한 지방의원들..
특히 이들의 공통점은 의회에서 공사 예산을
주무르는 경제 산업분야 상임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문옥 / 전주시민회
"(업체 운영을) 존비속이 못하게 되면
형제라든지, 사촌.6촌 가족문화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아무리
좋은 법률이나 제도도 다 회피할 수 있다는 거죠."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심의하는
지방의회 의원이 그 예산의 물꼬를
자신을 향해 트는 행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