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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북도가 말하지 않는 전주올림픽, 숫자의 이면
2026-03-30 169
조수영기자
  jaws0@naver.com

[전주MBC 자료]

숫자는 가장 객관적인 언어로 여겨집니다. 감정이 개입될 여지가 적고, 해석의 여지도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조 원이 투입되는 대형 정책일수록 숫자는 판단의 기준이자, 때로는 결론을 좌우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경제성이 있느냐 없느냐, 사업의 운명을 가르는 척도인 셈입니다.


전북도가 국내 후보도시로서 도전장을 낸 '2036 전주하계올림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업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비용 대비 편익', 즉 B/C 분석값(Benefit-Cost Analysis)이었습니다. 기준치인 1을 넘기면 경제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1을 밑돌아도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좀 찝찝할 뿐입니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사업'이란 꼬리표 때문입니다. 간단하고 명확한 기준입니다. 문제는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느냐입니다.


■ 1.03 → 0.91


당초 발표된 결과는 1.03. 간신히 기준을 넘겼지만, 어쨌든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드러난 사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계산 과정에서 비용 산정 기준이 잘못 적용됐고, 이를 바로잡자 수치는 0.91로 떨어졌습니다. '남는 사업'이 아니라 '손해 보는 사업'으로 뒤집힌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실수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실제 국가 체육 연구기관인 한국스포츠과학원도 같은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심사를 위한 타당성 연구, 취재를 통해 확인된 과정은 단순한 착오로 넘기기에 석연치 않은 지점을 남깁니다.


우선 경제성 분석에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연도별 수치 데이터를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통일하는 것입니다. 물가와 화폐가치가 매년 변하기 때문에 비용과 편익을 동일한 기준연도로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분석에서는 편익은 최근 기준인 2024년 값을 적용하면서도, 비용은 그보다 화폐가치가 더 낮은 과거, 그것도 2021년 기준이 적용됐습니다.


■ 왜 하필 2021년이었을까


취재진이 동일한 방식으로 다시 계산해봤습니다. 결과는 단순했습니다. 기준 연도를 단 1년만 뒤로 옮겨도, B/C 값은 곧바로 1 아래로 떨어집니다. 2022년만 적용해도 0.99, 즉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 됩니다. 이후 연도로 갈수록 수치는 더 낮아집니다.


결국 여러 선택지 가운데, 오직 2021년 수치를 대입했을 때만 '타당성 있음'이라는 결론이 유지됩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런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결론에 맞춰 분석이 조정된 것은 아닐까?'


■ 6,900,000,000,000


숫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계획 전반에서도 비슷한 ‘낙관’이 반복됩니다.


전북도는 6조 9천억 원이라는 ‘저비용 올림픽’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지역과 연대하거나 임시로 빌려 쓰겠다는 구상입니다. 겉으로 보면 효율적인 전략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제 자체가 불확실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선수촌은 아직 지어지지 않은 아파트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미디어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림픽 시기에 맞춰 LH나 전북개발공사가 주택을 공급하면 이를 임차해 쓰겠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언제, 어떤 규모로, 누가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협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회 핵심시설인 메인프레스센터(MPC)도 그렇습니다. 최근 불확실성이 크게 제기된 전주 옛 대한방직 민간 개발을 전제로 하고 있고, 일부 종목은 선수촌과의 이동 시간이 IOC 기준을 초과하는 데다, 심지어 미확정된 고속도로 계획에 의존하고 있어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계획은 있지만, 확약이 없는 상태입니다.


더 나아가 계산대로라면 올림픽 이후 전주에는 선수촌과 미디어촌을 합쳐 5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한꺼번에 공급됩니다. 공급도 불확실해 보이지만, 막상 일시에 5천 세대의 물량이 공급될 때 전주와 전북권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비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화 봉송 비용은 다른 올림픽보다 수백억 원 낮게 잡혔고, 에너지 비용은 비교 대상의 수십 분의 1 수준입니다. 사후 활용을 위한 '유산화' 예산은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사실상 없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과소 추정 가능성은 외부 비판이 아니라,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기관 스스로도 지적한 부분입니다. "현실성이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실제 비용은 최소 10조 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보고서에 포함됐습니다. 그럼에도 최종 결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전제가 흔들리고,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반복됐지만, 결론은 여전히 ‘타당하다’였습니다. 경고와 결론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구조입니다.


■ 올림픽은 찬성, 세금은 반대


여론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전북도는 올림픽 유치 찬성률이 80%를 넘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설문지 후반부에는 또 다른 질문이 있었습니다.


'올림픽을 위해 세금을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올림픽이라는 상징에는 찬성하지만, 그 비용까지 감당할 의사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찬성’과 ‘비용 부담’ 사이의 간극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강조된 것은 전자의 숫자였습니다.


■ 객관을 가장한 숫자


올림픽은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잘못된 판단 위에 추진될 경우 막대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특히 비용이 과소 추정되고 수익이 과대 평가될수록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됩니다. 실제로 2024 파리 올림픽 역시 사후 정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비용 올림픽'이라는 목표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실제 가능한 계획인지  치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은, 이 사업의 출발점이 되는 비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전북도는 ‘전주하계올림픽 사전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전주MBC 보도 이후 설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조사 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부분과 불확실한 문구가 많았지만, 자신들의 수정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한 억울함을 내비쳤습니다. 향후 문화체육관광부 심의 단계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인데, 한마디로 보고서의 신뢰성에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강조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책은 낙관이 아니라 현실 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현실은 정확한 숫자에서 시작됩니다. 기초가 부실한 숫자 위에 세운 청사진은 결국 모래성처럼, 검증의 파도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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