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자료사진]
◀앵커▶
전주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변전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천 2백여 세대가 정전 피해를 겪었습니다.
엄동설한에 전기가 끊기면서 생활이 사실상 마비될 정도였는데요, 급히 임시 전력을 공급하고 있지만 완전 복구까지는 두 달이 걸릴 전망입니다.
이주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평소라면 가가호호 환하게 불을 밝혔어야 할 대단지 아파트가 칠흙같은 어둠에 휩싸였습니다.
진입로와 산책로를 비추던 가로등도 모두 꺼졌고, 20층을 오가는 엘리베이터는 멈춰섰습니다.
주민들은 난간을 짚어가며 겨우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올라가셔. 쉬었다가 올라가야겠네, 아이고.."
집 안도 사정은 마찬가지,
음식이 가득한 냉장고는 서서히 냉기를 잃어가고 있고, 가스레인지도 점화되지 않습니다.
"안 돼, 아예. 뭘 끓여먹을수가 없다니까요."
공교롭게 한파까지 들이닥쳤지만 한겨울 필수인 난방기구들은 모두 무력해졌습니다.
[아파트 주민]
"밥도 못 먹지, 가스도 안 되지, 아무것도 안 돼요. 지금 뭘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관리실에) 쫓아가서 닦달하면 '금방 돼요 금방 돼' 하고 또 안 되고 그래서 답답해요."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둔 부모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현수 / 아파트 주민]
"제일 추운 날이기도 하고 해서 그냥 다 거짓말 같긴 했거든요. 애기 이제 곧 돌인데 애기 씻기지도 못하니까 따뜻한 물이 안 나와서.."
단지내 1,250세대의 전기가 한순간에 끊긴 건 어제(그제) 새벽 3시 40분.
고압 전류가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는 지하 변전실에서 '펑' 하는 폭음과 함께 불길이 번지면서 시작됐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갑자기 빵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까 변전실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난데없는 새벽 정전에 관리사무소에는 민원이 쏟아졌지만, 안내방송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약 17시간 만에 각 아파트 동마다 비상 발전기 12대가 급히 투입돼 하룻밤은 무사히 넘겼지만, 모든 세대가 정상적으로 생활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주연 기자]
"아파트 측은 당분간 이 3천 킬로와트 용량의 수배전반을 통해 전 세대에 임시 전력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완전한 전력 계통을 다시 구축하기 위해서는 타버린 변전 설비를 철거하고 새로 설치해야 해, 앞으로도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