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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쪼개자 입찰 '싹쓸이'.. 수상한 '컴퓨터 교체 사업'
2025-07-30 1292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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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교육청은 교사들이 쓰는 낡은 컴퓨터 교체 비용으로만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거석 전 교육감 취임 1년 뒤인 지난 2023년 갑자기 업체 선정 조건이 변경됐고, 그 이후 특정 업체가 입찰을 거의 싹쓸이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북교육청은 지역업체 안배를 위해서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처럼 변경된 납품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지역업체는 사실상 단 한 곳뿐이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북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쓰던 낡고 오래된 데스크톱 컴퓨터를 신형 컴퓨터로 바꿔주는 교체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허현호 기자]

"전체 학교 컴퓨터 중 20%에 육박하는 수천여 대가 매년 교체되는데, 한 해 투입되는 예산만 3, 40억 원에 달합니다."


어느 정도 성능과 납품 능력이 검증돼 조달청과 계약된 업체의 컴퓨터가 구매 대상인데, 전국적으로 등록된 관련 업체만 무려 41곳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도내 14개 시군의 교육지원청별로 어떤 업체가 컴퓨터를 납품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2023년 기준 전주와 군산, 익산을 제외한 11개 시군을 모두 특정업체가 독점했는데, 


지난해에는 이같은 경향이 더 심해져 전주와 군산에서마저 해당 업체가 선정됐고, 12개 시군의 계약을 싹쓸이했습니다.


최근 불명예 퇴진한 서거석 전임 교육감의 부임 1년도 안 돼 시작된 석연찮은 변화,


비결은 '계약 쪼개기'에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내부 공문을 살펴봤습니다.


2022년까지는 구입 비용 절감을 위해 전북 전체를 하나로 묶어 한꺼번에 샀지만, 2023년부터는 시군별로 나눠서 따로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역업체 제품 구매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하지만 이같은 조건의 변화는 입찰 결과를 크게 바꿔놓게 됩니다.


관련 규정 상 사업 규모가 3억 6,300만 원 이하로 줄어들면 지역업체에 최대 5점의 가점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하나의 계약이 14개 시군으로 쪼개지면서 대부분의 입찰이 모두 해당 기준의 적용을 받게 됐는데,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와 달리 교육청이 내건 조건과 사양을 맞출 수 있는 전북의 조달업체는 사실상 한 곳 뿐이었습니다.


실제로 입찰에 참여한 타 지역 경쟁업체에 비해 점수가 뒤쳐졌던 해당 업체는 지역업체라는 이유로 5점의 가점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2,3점 차이로 순위는 뒤바뀝니다.


전북교육청은 해당되는 지역업체가 많지 않았던 상황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면서도 특정 업체를 몰아줄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합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전화)]

"아무래도 이제 이쪽(전북)이 열악하다 보니까 업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저희가 이제 그런 부분들은 알고 있는데, 저희는 진짜 특정 회사를 봐주고 싶은 전혀 그런 의도는.."


기존대로 입찰을 진행했더라면 절감할 수 있는 예산만 한해 수억 원으로 추산되는 상황,


의사결정 당시 내부 공무원들도 이같은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하겠다며 부교육감 결재까지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전북교육청은 조달 방식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함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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