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2036 하계올림픽 유치에 뛰어든 전북이 근거로 내세운 수십 조의 경제 효과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 전해드렸는데요.
잼버리와 아태마스터스 대회 등 다른 국제 행사들은 어땠을까요?
대회 유치에 나설 때마다 어김없이 장밋빛 전망치들이 제시됐지만 실제 결과를 분석한 자료도 거의 없을뿐더러, 가장 공식적이라 할 수 있는 통계청의 경제 동향에도 효과를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전재웅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사흘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던 한인비즈니스 대회,
국내외 한인 기업인들이 교류하고 실제 계약까지 맺는 것이 주요 목적인 행사였는데, 진행비로 2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전북도는 전북연구원의 분석을 토대로 모두 60억 넘는 파급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특히 방문객 유입을 통한 경제 효과만 3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방문객을 하루 평균 만 명씩, 총 3만 명으로 산정하고 이들이 매일 5만 5천 원씩을 쓸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 행사를 치러보니 방문객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의 방문객을 산정해 경제 효과가 부풀려진 것입니다.
[전북자치도 관계자]
"(예상 인원은) 다른 부대행사까지, 저것까지 다 합해서 그랬어요. 몇 명이 오느냐에 따라서 경제 효과가 바뀔 수가 있잖아요."
수백억 대의 경제 파급 효과를 들어 유치했던 다른 대규모 국제 행사의 실상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년 전 열린 아태마스터스 대회,
71개 나라의 선수 8,600명이 참여한 이 대회의 경우 당초 경제 전망은 581억 원이었지만, 자체 정산 결과로도 그 효과는 65% 수준인 380억 원에 그쳤습니다.
파행을 맞은 잼버리 대회는 새만금 인프라와 시설 구축을 통해 6조 4천억 원, 대회 운영으로도 860억 원대의 경제 효과를 예상했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실제 효과는 분석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굵직한 행사를 유치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경제 유발 효과 분석. 연구 기관이 계산에 쓰는 방식은 이른바 '산업 연관 분석'으로, 한 산업의 생산이 다른 산업에 연쇄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한 결과입니다.
컨벤션 행사를 가정해 파급효과를 계산할 수 있는 산식을 분석해 보면 참가자가 늘어나면 경제 효과도 그만큼 증가하는 수치가 확인됩니다.
문제는 방문객 등 주요 변수를 대입할 때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고 결괏값 역시 현실과 동떨어질 만큼 크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아태마스터스 당시, 수백 억원 대의 경제적 이익을 예상한 한 연구기관에서는 전북의 부탁을 받고 어쩔 수 없이 부풀린 근거를 써 줬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A공단 연구원 / '아태마스터스 타당성 조사' 담당] (2023년 6월)
"사실은 학술적으로 불분명한 것들이 있어서.. (돈을) 쓰기만 하면 다 (파급효과로 계산)된다. 사실 저희는 안 쓰는데 그때 공무원분들이 그런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이처럼 작위적인 경제효과 분석 방식이 만연한 이유는 실제로 그 효과가 나타났는지를 확인할 객관적인 방법이 없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연구 기관의 설명대로라면 최근의 국제 행사 유치로 전북도가 벌써 수조 원대의 경제 효과를 봤어야 하지만 통계로 나타난 생산 추이나 고용 효과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
"미리 감을 잡으려고 하는 숫자거든요. 제약적인 정보 하에서, 몇 년 간 누적해서 나타나는 효과라서 검증하기 힘듭니다."
수백 억에서 수조 원까지, 달콤한 경제 효과 예상치는 대규모 행사 유치의 근거가 되고 있지만, 사실상 검증할 방법도, 확인할 근거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 수치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MBC뉴스 전재웅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그래픽: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