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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호남사람 한덕수
2025-05-05 3760
조수영기자
  jaws0@naver.com

[전주MBC 자료사진]

지난 2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곧장 광주부터 찾았습니다.


5·18민주묘지 참배를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초입에 해당하는 '민주의 문'에서 제지를 당했습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나서 "내란 동조 세력 한덕수는 물러가라"며 거세게 항의한 겁니다.


그러자 성난 군중을 향해 "조용히 해달라"며 설득(?)에 나선 한 전 총리,


확성기 모양으로 두 손을 입으로 갖다 대고 이렇게 외칩니다.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한마디가 큰 울림을 주기보다 역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 "고향이 어디십니까?"


이전부터 '한 전 총리의 출신지가 도대체 어디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5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후보자님 고향이 어디십니까?"


공직 생활을 함께 했던 이들은 그를 '서울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전북 전주가 고향이 맞다"며 "뭔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수습한 바 있습니다.


■ '서울 출신' 한덕수


그런데 한 전 총리의 말이 맞다면 그동안 뭔가 잘못 전달돼도 한참 잘못 전달돼 왔던 것 같습니다.


지난 1996년 12월 당시 언론들은 입을 모아 "하버드대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조용한 성품에 일 처리가 꼼꼼하다"고 평가하며 '신임 특허청장 한덕수'의 출신지를 이렇게 표기했습니다.



 

"서울 출신·47세"- 1996년 12월 25일 조선일보 4면



 

"47살 서울" - 1996년 12월 25일 한겨레 4면


해를 넘겨 1997년 3월 통상산업부차관이 됐을 때도 조선일보는 그를 어김없이 '서울·48'로 표기했습니다.



 


■ '전북 출신' 한덕수


'서울 출신 한덕수'의 프로필은 그 이듬해인 1998년 3월에 극적인 변화(?)가 생깁니다.


한 전 총리를 2년 연속으로 '서울 출신'이라고 썼던 조선일보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한덕수'의 출신을 "전북 임실(49세)"라고 적은 겁니다.


그가 비로소 '호남 사람'으로 이름을 알린 1998년은 공교롭게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가 출범한 해이기도 합니다.


물론 출신 정보가 이처럼 오락가락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① 애초에 언론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거나, ② 또는 당시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거나, ③ 그것도 아니라면 한 전 총리가 오류를 바로잡으려 굳이 노력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 호남에 남긴 아픔


이와 별개로 전북 지역에선 한 전 총리의 출신을 놓고 그간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이른바 '고향 세탁 논란'입니다.


영남 출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역대 보수정권 하 공직사회에서 '호남 차별'을 뚫고 입신양명을 위해 일부러 출신을 숨겼다는 겁니다.


딱히 드러난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YS, DJ, 노무현, MB, 그리고 윤석열 정권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로서 승승장구를 거듭해 온 한 전 총리의 행보는, 다른 한편으로 시류에 편승하고 기회주의적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재작년 '새만금 예산 삭감 파동'이 대표적입니다.


한 전 총리는 새만금 잼버리가 파국 속에 끝나자마자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란 새만금 개발을 '시계 제로'로 만든 장본인이었습니다.


새만금에 기업들의 투자 의향이 몰리며 10조 투자 유치로 전기를 맞나 싶었는데, 기반시설 예산이 80% 가까이 삭감(-5,147억 원)되며 내부 개발에 급제동이 걸린 겁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새만금의 밑그림을 확실하게 다시 그리겠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왜 예산까지 손을 댔어야 했던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속 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그랬던 한 전 총리가 40년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대선판에 뛰어들어 "호남 사람"이라고 신고식을 했으니, 이를 바라보는 호남 사람들 시선이 고울 수만은 없습니다.


나름대로 통합과 화합을 위한 정치적 제스쳐였겠지만 아직 어딘가 몸에 맞지 않는듯 어색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폄하하면서 5월 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직면한 상태입니다.


대선 레이스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호남 사람 한덕수'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자료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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