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대한민국 말산업에 붐을 일으켜 보겠다며 2011년 제정된 ‘말산업 육성법’.
전북도도 ‘말산업특구’로 지정되며 산업 발전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경주, 승마 활성화를 위해 매년 2만여 마리씩 길러지는 말의 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요?
‘가축’도 ‘반려동물’도 아닌 말은, 별도의 ‘말 등록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닌데요.
경제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포부이지만, 정작 그 중심인 ‘말’의 관리는 뒷전인 상황에서,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관리체계부터 구축되어야 한단 지적이 나옵니다.
◀리포트▶
말산업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전북말산업복합센터.
센터에서 관리하는 70여 마리의 말 상당수는 ‘퇴역 경주마’입니다.
망아지 시절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월드스타’도 그중 하나.
기대와 달리 온순한 성향으로 경주마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자, 4살이란 어린 나이에 승마장으로 쫓겨난 신세입니다.
[목서윤]
"경주마로 각광 받던 말들은 이제 이곳에서 승용마로 제2의 생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부상 등으로 ‘불용’ 상태가 되면, 인도적 처리를 하게 됩니다."
어디에서 태어나고, 어떤 용도로 사용되다 삶을 마감했는지 ‘말 등록 번호’를 통해 조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국마사회나 지자체 산하 공공시설들의 이야기일 뿐, 대다수 말의 사정은 전혀 딴판입니다.
민간이 운영하는 승용, 번식, 기타 용도의 말은 그 수조차 파악이 안 됩니다.
말의 등록과 기록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승용마 생산 농장]
"(등록을) 원래는 해야 하는데.. 승마장, 개인이 자마로 타는 것들, 그런 말들은 안 하는 거지. (안해도 불이익이 있거나) 그러지 않아."
실제 말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말의 처분을 도와준다는 유통업자들의 활동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업자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개인 소유의 ‘불용마’들을 다시 사료농장이나 도축장, 기타 관상용으로 시설에 넘기는데, 이 과정에서 말의 이력은 더 이상 추적 불가해집니다.
[박영재 / 전주기전대 말산업스포츠재활과 교수]
"등록된 말이 폐사가 됐음에도 살아 있는 걸로 돼 있고, 또 살아 있는 말들이 폐사로 돼 있는 경우도 있고.. 불용 마필로 되는 말들에 대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난 10월, 충남 공주 말 농장에서는 말 10여 마리가 다수의 사체와 오물 속에서 굶어 죽기 직전에야 발견된 바 있습니다.
[정진아 / 동물자유연대 팀장]
“말 이력제 의무화 자체가 말 복지를 굉장히 보장하거나 개선하는 방안은 아니고, 사실 추적만 가능한 거죠. 그냥 기초 단계 수준인데 지금 그 조차도 안 되고 있어서..”
산업 활성화와 성과에 집중한 지난 13년.
하지만 말산업의 기본적인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영상취재: 강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