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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려고 왔어요" 9살 꼬마농부도 나섰다... 기후정의행진에서 만난 "우리지역 사람들"
2022-09-26 571
목서윤기자
  moksylena@gmail.com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 3년 만에 재개

시청-숭례문 일대 340여 단체, 3만 5천여 명 함께해

슬로건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한목소리로 외쳐

이곳에서 만난 우리지역 사람들과 그 외의 다양한 시민들
 

-친구도 한마디 할래요? 오늘 뭐 하러 왔어요?


“네. 지구를 지키려고 행사장에 왔어요. 와보니 기분이 좋아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요. 그런데 지구가 아파서 마음이 아파요. 자연은 우리의 식탁이니까.”


막 걷기 시작한 아이까지 데리고 상경한 가족에게 연유를 물으며 대화를 나누자, 함께 온 9살 아이가 한마디 보탭니다. “그리고 앞으로 지구를 아끼고 사랑해야 해요.”


팬데믹으로 3년 만에 다시 열린 기후정의행진. 첫 해 5천 명 규모였던 이 행사는 기후 위기가 낳은 코로나19를 겪고 3만 5천 명으로 몸집이 커졌습니다. 


환경 파괴, 자원 낭비, 노동력 착취 등으로 자본과 권력이 강해질수록 시민들은 뜨겁고 변덕스러워지는 기후를 견뎌야 하는 현실.  


“이대로는 못 살겠다”, “이러다 우리 다 죽는다”며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선 다양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후위기? 제 농사를 보면 알아요” 전북 완주에서 상경한 백종수 씨 가족]
(캡션: 백종수씨의 세 딸과 함께 따라온 9살 은찬이)


사람이 북적대는 정신없는 집회 현장에 어린 아이 넷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중 가장 어린 아기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 멀리 전북 완주에서 여기까지 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의식을 실천하기 위해 3년 전 귀농한 아이들의 아버지 백종수 씨. 땅을 갈지 않고, 음식물쓰레기와 인분을 퇴비로 쓰는 등 친환경 농법으로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지만, 고추며 수박이며 날씨의 영향이 너무 크다고 합니다. 


“제 농사를 보면 알아요. 제가 창업했던 2020년에는 이상 기후로 완주에 54일 연속으로 장맛비가 내렸잖아요. 올해도 유독 긴 폭염으로 수박이 수정도 안 되고, 고추 열매 손실도 많이 봤고... 그래서 매년 느끼고 있어요. 무언가 대응을 해야겠구나, 걱정도 되고요.” 


그러면서 “날씨가 예측할 수 없게 널뛰기를 하면 자본이 있어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 있는 실내 시설이며 기계를 갖출 수 있는데, 평범한 농민들이 그럴 수 있냐”며 위기감이 든다고 덧붙입니다.


반짝이는 눈으로 아빠와 기자를 바라보는 아이들.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하자 종수 씨는 익숙한 주제라는 듯 “연아, 우리 오늘 뭐 하러 온 거지?”하고 묻자 아이는 답합니다, “기후 위기 행진하러.”



[“코로나 때문에 시각장애인 분들을 만날 수 없었어요” 불평등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나선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직원들]

사회, 경제, 환경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일하는 연구원 김민재 씨와 활동가 김준희 씨.


빈곤, 건강, 불평등 등 17개 세부 목표를 위해 일하는 이들은 ‘기후 위기’가 모든 주제와 연관이 있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기온이 높아질수록 코로나19 같은 다양한 전염병, 바이러스 등이 생겨날 텐데, 사회적 취양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보잖아요? 작년에 시각장애인 분들과 워크숍을 추진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코로나가 너무 심했어요. 


그런데 이분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코로나에 걸리면 너무 큰 피해를 겪게 되어서 저희와 접촉을 못하게 되셨거든요. 워크숍이 결국 무산됐죠.” 


이 같은 상황을 겪으며 “어르신들은 무더위나 폭염에 훨씬 취약하고, 장애를 갖고 계시는 분들도 여러 재난에 대응하기 훨씬 힘드신데, 정말 사회적 취약계층이 살기 힘든 세상이 오고 있구나 느꼈다”며 우려를 전합니다. 


김민재 씨는 또, “다양한 단체에서 기후 위기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결국 기후위기라는 것이 딱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사회에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같은 기후 재난에도 나보다 더 어려울 이웃에 대한 관심과 연민을 강조했습니다.




[“벚꽃과 개나리가 같이 피는 걸 보고 그저 예쁘다며 사진만 찍었죠” 청년 당원 문한솔 씨]

올 여름 서울의 집중호우로 집에서 목숨을 잃은 반지하 가족의 사고로 기후재난도 불평등하다는 것을 깨닫고 더 공부하기 위해 참여한 대학생 당원 한솔 씨. 


정당 활동을 하다보면 “자주적 평등에 기치를 걸고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결국은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도래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목소리를 낸다고. 


지난 봄. 지구온난화로 벚꽃과 개나리가 함께 개화한 모습이 예뻐 사진으로 남기기까지 했는데, 알고 보니 이는 ‘예쁠 수 없는’ 또 다른 재앙을 암시하는 기후 위기의 증거였습니다. 


사실을 알고 나니 더 이상 꽃이 마냥 예뻐 보이지 만은 않은 자신의 깨달음처럼, 젊은 세대 역시 ‘직접 경험을 통해 기후위기를 접해 봐야’ 변화한다고 말하는 한솔 씨.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결된 힘이 필요한데, ‘무언가를 경험했던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이들과 경험하고 공감해 기후 불평등에 대한 투쟁을 세계화 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소수자 인권, 동물권 등 ‘동기’는 다르나 ‘목표’는 같은 그밖에 다양한 시민들]


[“왜 동물은 늘 순위 밖인 건가요?” 기후재난에는 말 못하는 동물도 있다!]


-기후/환경 관련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동물권을 주장하면 흐린 눈을 하거나 순위 밖으로 밀려나는 것에 답답함을 느껴 저희 끼리 모임을 결성했어요. 동물 가면을 쓰고 말 못 하는 비인간 동물을 대변하고 있어요. 


사실 기후 위기 자체가 불평등의 문제에 기인한 거잖아요. 어떤 존재를 착취하고, 누군가는 그에 이익을 챙기고. 그 구조 가장 아래에 있는 존재가 아주 옛날부터 착취당하던 동물들이 아닐까요? 현재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바꾸지 않고서는 기후정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거리에서 행동하고, 동물들과 연대하는 ‘스트리트 비건 파이터’ 멤버들

[“소외되거나 차별받는 계층에 더 크게 닥치는 기후재난, 남의 일일 수 없죠”]


-기후위기라는 게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잖아요. 기득권에게는 지나가는 일일 수도 있는데, 소외된 계층이나 차별받는 계층에게는 더 크게 닥쳐오죠. 그런 의미에서 저희도 나왔습니다. 사실 저희가 자주 접하는 인권 집회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요. 공감을 잘 못 얻고, 바로 옆에서 반대 집회도 열고...


배척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데 환경 문제는 공통된 주제라서 그런지 다양한 분들과 함께 하고 있고 여러 사람들의 응원과 관심이 느껴져서 좋네요.


-빈민 계층, 장애인, 성소수자 등 정체성과 속성은 달라도 ‘기후 위기의 피해자’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가지고 다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는 거잖아요? 인권 집회 역시 여러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인권을 존중받기 위한 싸움입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속성이라고 공감도, 관심도, 이해도 부족한데 향후에는 이 사람들이 ‘어떤 집회를 왜 하나’ 한 번 더 생각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면 기후정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가 정의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성소수자 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장일지 대표와 활동가들

[“한국의 플라스틱 사용량에 놀랐어요” 독일, 영국, 미국인이 바라본 한국의 기후위기]


-인턴, 영어 강사, 연구원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어요. 외국인들이 참여하기 쉬운 행사는 아니지만 기후 위기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함께 하고 싶었어요. 사실 한국인의 플라스틱 사용량에 놀랐거든요. 


재활용을 하는 건 좋지만, 카페에서든, 배달음식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자체가 너무 많아요. 고기도 너무 많이 섭취하고요. 기후위기를 논하며 다들 탄소배출에 집중하지만, 메탄가스에도 주목해야 해요. 


메탄은 탄소보다 열을 훨씬 많이 가두는 온실가스이며 주로 축산업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사람들은 동물 섭취를 줄이자는 말은 잘 안 하죠. 개인 시간에는 SNS를 운영하며 콩국수, 파전, 팥죽 등 한국의 훌륭한 식물성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서울에서 모인 외국인 비건 친구들






지난 주말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는 다양한 연령대는 물론, 다른 정치 성향과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 수도권과 비수도권 거주자들, 무직과 노숙자, 산업 현장 노동자와 대기업 직장인, 수녀와 스님, 장애인과 농어민, 반려인과 채식인 등 전부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넓은 스펙트럼의 시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작게는 사는 곳과 소득부터 크게는 신념까지 서로의 입장과 이해관계는 달랐지만, 공통된 한 가지. 기후위기로 약화되는 평등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3만 5천여 명이 행진에 발걸음을 보탰습니다. 


이익만 챙기며 불평들을 심화시킨 거대 자본과 권력, 이들이 외면하고 있는 환경 파괴, 혹은 생색 수준에 불과한 ‘그린워싱’을 시민들은 심판했습니다. 이제 이를 용인, 방관한 정부가 진정성 있는 답을 내놓을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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