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S가 뭐길래?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RIS, 그러나 아직 생소합니다.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전국 비수도권 대학 소재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egional Innovation System)을 지칭합니다.

지자체가 지역 대학을 활용해 인재 육성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라는 취지로 매년 연구과제비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교육부가 지자체에 예산을 교부하면, 대학 등에 재교부되는 방식입니다.

특히 지역마다 전체 RIS 예산 가운데 15%는 자율 과제 공모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자율 과제'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원하는 곳에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올해 전북도의 RIS 예산은 425억 원, 국비 300억, 지방비 125억 원으로 마련됐습니다.

즉, 올해는 64억 원을 자율 과제에 지출할 수 있습니다.

■ 타 지역은 어디에 쓰나?

교육부는 '자율 과제'의 취지가 '지역 현안 해결과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연구과제 발굴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강원도의 경우 전문대학 일자리센터 지원 , 의료바이오, AI 반도체 산업 기반 조성 등을 자율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북도는 최근 RIS 자율 과제비 3억 원을 투입해 청년 축제를 개최하고, 연예인을 불러오는데 사용해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 누가 평가하고 예산 내려주나? 

그렇다면 전북 지역에서 RIS 사업은 누가 평가하고 예산을 교부하고 있을까요?

다름 아닌 전북테크노파크입니다.

논란이 된 '청년축제' 사업 역시 전북테크노파크가 사업을 검토한 뒤 전주대학교에 예산을 교부했습니다.

청년축제가 RIS 연구과제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북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전체 RIS 과제비 가운데 15% 이내에선 전북도가 원하는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취지와 상관없이 '지자체의 요구'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 연구과제비로 연예인 섭외? 전북도 가담 가관

전북도와 전주대가 세운 청년축제 예산 계획을 살펴봤습니다.

가장 높게 책정된 예산은 다름 아닌 1억 2,000만 원에 이르는 '가수 섭외비'였습니다.

반면 청년축제의 취지인 정책홍보와 관련된 온·오프라인 마케팅 예산은 50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구과제비를 가수 초청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작성된 '세부 예산표'를 보면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가수 섭외비를 '교육·연구비' 항목에 끼워 넣어 놓았습니다.

연예인 초청비가 교육·연구비에 해당된다고 여긴 겁니다.

하지만 예산 검토 과정에서 가수 초청비가 문제되자 전북도는 '가수 섭외비' 명목을 삭제했습니다.

그만큼 섭외비 1억 2,000만 원도 예산에서 삭제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가수 섭외비' 명목을 빼고 대학 홍보관과 청년 휴게공간 조성비 등 항목을 새롭게 집어 넣어, 결국 전주대는 예산 3억 원 전체를 그대로 받아냈습니다.

당초 예산을 그대로 받아내기 위해 기존 계획에 없던 사업 항목을 끼워 넣는 '꼼수'를 부린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 RIS 과제비 기준 없나?

RIS 자율과제 공모비는 지역별 핵심 사업 말고도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RIS 자율 과제비 성격을 모를 리 없는 전북도가 유력인사 축사와 연예인 공연으로 점철된 행사에 RIS 예산을 끌어다 3억 원을 부은 겁니다.

RIS 예산으로 연예인을 초청하려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북도 관계자는 "지사님과 교육감 등이 오시기 때문에 청년들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연예인을 불렀다"라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대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비수도권 대학과, 지역사회 현안 해결을 위해 마련된 RIS 자율과제 공모비, 보다 엄격한 평가 기준 마련과 정산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