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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방송3법 그 이후 “부결,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2024-06-25 137
고차원기자
  ghochawon@gmail.com

사진출처 : 노동인권저널리즘

전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지만 번번이 무산됐던 방송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혔던 방송법 개정안은 이번에는 방송 3법+방통위법이라는 방송관련 4법으로 묶여서 심의되고 있습니다.


최상재 언론노조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의 종편 도입 반대 등 방송 장악 저지 투쟁에 이끌었던 언론인입니다.


지금 상황을 그 누구보다 애타는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최 전 위원장의 글을 싣습니다.


우리가 왜 이런 상황에 직면했고 정권과 언론의 유착을 끊어내기 위한 법적 장치가 왜 필요한 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특별 기고 내용입니다.


민주당이 중심이 된 야7당은 방송3+1법 개정에 아찔할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5.22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 방송3법 통과 등 언론개혁을 5대 개혁과제로 선정

6. 3 이훈기(인천 남동을) 의원 방송3법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

6.10 민주당 언론개혁 TF 언론정상화 3+1법 당론 추진 발표

6.14 언론정상화 3+1법 국회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상정

6.18 언론정상화 3+1법 과방위 의결

6.21 과방위 입법청문회

6월말~7월 초 언론정상화 3+1법 법사위, 본회의 통과 예정


이 숨 가쁜 와중에 5월 31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발의와 6월 1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언론이 검찰의 애완견처럼...” 발언으로 인해 민주당과 언론 현업단체, 노동조합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이 법 개정을 향한 야당의 질주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야7당과 언론현업단체, 노동조합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8월 13일, MBC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의 임기가 만료되면 2명의 방통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이사들을 선임한 후, 작년 9월 KBS에서 벌어진 사장 강제해임, 박민 사장 낙하산 임명과 같은 일을 MBC에서 재연해 MBC를 장악할 것이다.’ 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아무리 늦어도 7월 중에는 이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합니다. 야7당의 속도전에는 이런 절박한 사정이 있습니다. 현 정권의 실정을 제대로 보도할 수 있는 방송사는 현재 MBC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채해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과 더불어 방송3+1법은 지금 여야가 가장 뜨겁게 맞부딪치고 있는 법입니다. 방송3법은 한마디로 하면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법”입니다. KBS, MBC, EBS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현재의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여당과 야당이 6:3, 7:4로 나눠먹던 이사 추천권을 시민사회, 학계, 방송현업단체에 나누어주는 것이 개정안의 주 내용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에서 벌어지는 일대 활극을 끝내고 방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자는 것이 법 개정의 목표입니다. 여기에 더해 5명이 정원인 위원회이지만, 현재 대통령 추천 위원 2인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를 위해 회의를 여는데 필요한 최소 인원을 4명 이상으로 하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합쳐 방송3+1법 개정안이 되었습니다. 야7당은 이 법안을 언론정상화3+1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 힘은 이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민주당이 공영방송을 영구히 장악하는 법”이라고 주장합니다.

①“그렇게 좋은 법이라면 왜 너희가 정권을 잡았을 때 하지 않았느냐?”

②“좌편향 단체들에게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줘서 민주당, 민노총 언론노조 입맛대로 공영방송사 이사진을 구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 주요한 반대논리입니다.


이전에도 ①과 비슷한 비판이 방송미디어 학계와 언론현업단체, 노동조합에서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나 민주당은 반성에 인색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언론정상화 3+1법>을 주도하고 있는 최민희 과방위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자기비판에도 거침이 없습니다. 최민희 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잘못한 거죠. 문재인 정권이 언론정책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정권을 뺏겼다... 중립적 방송 환경을 만들고 방송인들에게 방송자유를 돌려주는 이 법안을 문재인 정부가 안 만든 것이 패착 중의 하나다...”


②의 비판에 대한 야7당의 대응 논리는 이렇습니다. “(법안에) 방송미디어 학계 추천 이사가 6명이고 추천 학회는 방통위원회가 결정하는데,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좌파학회만 골라서 선택한다는 얘기냐?” “방송사 시청자위원회는 4명을 추천하는데 시청자위원회에 참여한 학부모단체, 소비자단체가 좌파단체냐?” “도합 6명을 추천하는 방송기자협회, PD연합회, 방송기술인협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 언론중재법과 관련해서 민주당과는 대립하고 윤석열 캠프와 협력한 적도 있는데 그러면 윤 대통령이 좌파 단체와 협력했다는 소리냐?” 등등의 반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논리 싸움에서 국민의 힘이 민주당을 누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처럼 결의와 논리로 무장한 언론정상화3+1법은 국민의 힘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야7당이 공언한대로 6월말~7월초에는 법사위와 본회의까지 통과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민주당은 ‘방송3법’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개정안을 (과방위에서) 날치기하는 입법 폭주를 자행했다...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인 거부권 행사로 단호하게 폐기해야 한다."

이 글은 채해병 특검법에는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6월 19일 SNS에 올린 글입니다. 방송3법에 여야의 협의나 타협의 여지는 바늘 끝만큼도 없어 보입니다. 채해병 특검법의 최종 가결여부나 7월 23일에 새 대표를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변수가 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언론정상화 3+1법은 본회의 통과 →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행사 → 국회재의결 → 부결/법안폐기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입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넘어갑니다.


“부결,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뼈 때리는 질문에 대해 야7당의 의원 중에서 뾰족한 답을 내는 사람이 아직 없습니다. 혹자는 대통령 탄핵을, 혹자는 국정조사를, 혹자는 국민여론전을 얘기하지만 모두 다 공허하게 들립니다. 늘 그랬듯 법을 둘러 싼 말싸움은 이 정도입니다. 노란봉투법과 노동자, 양곡법과 농민, 간호법과 간호사, 참사관련 특별법과 피해자 유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언론인들, 특히 MBC구성원들에게는 고난의 길이 시작될 것입니다.


법안 부결 이후의 상황을 그려 보겠습니다.


7월말, 김홍일 방통위 위원장은 6월21일 입법청문회에서 공언한대로 ‘2인 구성 방통위’에서 신임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에 돌입합니다. MBC 광장에서는 연일 집회와 시위가 열리고 야7당은 이미 경고한대로 김홍일 위원장 탄핵을 추진합니다. 탄핵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6개월 정도 방통위 업무를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이동관 방통위 위원장을 전격 사퇴시키고 방송 문외한인 김홍일 현 위원장을 선임해 YTN매각을 밀어붙인 경험이 있습니다. YTN매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MBC장악을 중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이 방법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결론은 방문진 이사 선임을 중단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방통위는 면피용으로 1, 2명의 중립적 인사를 포함시키고 (채해병 특검법이 재의결에서도 부결되면 이마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나머지는 선거방송심의위 등지에서 윤석열 정권 방어에 전공을 올린 인사들로 방문진을 구성합니다. 임명장을 받은 신임 방문진 이사들은 지난 2년간 차곡차곡 쌓아놓은 MBC에 대한 제제이력, 경영실적, 업무추진비나 법인카드 사용 기록을 들이대며 현 사장을 강제 해임합니다. 그리고 KBS 박민 사장을 능가하는 무자격, 친윤 인사를 새 사장으로 임명합니다. MBC내부의 친윤 성향 직원들은 매미처럼 7년여 만에 지면을 뚫고 올라와 보도본부장 등 간부진을 채웁니다. 해임된 경영진은 법원에 해임무효가처분신청을 해보지만 방송사 경영진 해임에 대한 그간의 법원 결정으로 보아 기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 소송은 3년쯤 뒤인 2027년에 대법원에서 확정될 것이니 별 소용이 없습니다.


해임취소가처분신청 기각으로 기세가 오른 신임 MBC사장은 매미들을 앞세워 ‘바이든-날리면 보도’, ‘윤석열 대통령 후보 검증 보도’, ‘김건희 비리 의혹 보도’를 MBC의 대표적인 오보로 선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MBC구성원들과 언론단체들의 치열한 저항이 펼쳐질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에 MB-박근혜 시절 방송을 농단한 인사들을 쫒아내기 위한 총파업은 예외로 하고, 2008년, 2010년, 2012년 MB-박근혜 정권의 방송 장악에 맞서 펼쳐진 공영방송 파업이 12년 만에 재연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기자, 피디가 해직되고 파업에 참여한 구성원은 중징계를 받거나 지사, 비취재/비제작 부서로 쫓겨나면서 10년 가까이 진행되었던 선배들의 저항과 희생을 새로운 세대가 감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공영방송 외에도 정보와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무한대로 늘어난 지금 “방송장악 저지하자! MBC를 지키자!는 구호가 국민들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역사상 최고로 예상되는 2024년의 폭염과 집중호우에 구호가 묻혀버릴 수도 있겠습니다.


MBC를 지키는데 있어 파업 투쟁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파업을 하든, 못 하든 MBC지키기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한민국 수립 이후에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정권에 맞선 언론인들의 투쟁은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습니다.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과 1975년 동아투위 해직 사건, 1980년 신군부에 의한 언론통폐합과 언론인 대량해직 사건, 2008년 미디어법 반대 투쟁과 2010년, 2012년 공영방송총파업에서 언론인들은 짧지 않은 시간 저항했지만, 무수한 해직자를 남기며 투쟁은 사그라지곤 했습니다. 저항이 멈춘 뒤에는 권력을 쫒는 가짜 언론인들이 오랜 시간 언론을, 방송을 마음껏 유린하던 것이 우리의 언론사입니다.


그러나 언론자유를 위한 언론인들의 싸움은 참 신통한 싸움입니다. 한 때 언론인들의 쓰라린 패배는 언제나 그보다 훨씬 더 큰 국민의 승리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1975년 113명의 언론인이 해직된 동아투위사건 5년 뒤, 독재자 박정희가 비명횡사하고 서울의 봄이 찾아왔습니다. 1980년 언론인 강제 해직은 7년 뒤에 ’87민주항쟁의 승리로 돌아왔습니다. 2008~2012년 MB-박근혜 정권 방송장악저지 투쟁도 5년 뒤인 2017년에 박근혜 탄핵과 이명박 투옥이라는 국민승리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권은 예외 없이 패망하고 언론 자유를 위한 싸움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명제는 언제나 ‘참’이었습니다. 언론인들의 투쟁은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것입니다.


언론 자유를 위한 싸움이 신통하게 귀결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비판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검증받지 않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언론을 탄압하거나 장악해 잠시 정권의 잘못을 가릴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결국 정권을 병들게 한다.’는 명제도 ‘참’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이 깨달아야 할 것은 ‘나를 죽이려는 것 같던 그 MBC가 기실 내가 병드는 것을 막아주고 있었구나...’ 하는 진실입니다. 그러나 어찌하겠습니까, 권력에 도취되면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인 것을.


다시 MBC로 가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홍일 방통위원장, 국민의 힘은 MBC 사장을 바꾸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YTN처럼 MBC를 민간자본에 팔아넘기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MBC는 덩치가 커서 매각이 쉽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그런 이유로 매각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 개로 쪼개서라도 반드시 팔아넘긴다는 것은 이미 MB시절부터의 계획입니다. 자본권력은 정치권력보다 훨씬 정교하고 집요합니다. 정치권력은 5년마다 교체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자본권력은 스스로 망하지 않는 한 교체되지 않습니다. MBC를 손에 쥔 자본은 자신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을 막을 것입니다. 때때로 몇몇 기자, 피디가 지사의 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지만 자본은 인사와 예산으로 정교하게 진압할 것입니다. SBS를 보면 MBC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민간자본이 소유한 SBS는 때때로 날카로운 보도를 할 때도 있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날을 세우지 않습니다. 채 해병 사망사건 초기에는 어느 방송사보다 날카로운 보도를 쏟아내던 SBS였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몸통이란 것이 드러나면서부터 이 사건에 대한 여야의 정치공방을 중계하고 있을 뿐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MBC를 민간에 매각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굳이 자신들이 나서지 않더라도 자본이 알아서 통제하는 MBC! 그리고 그 자본은 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아니라 친자본, 친기업 정당인 자신들의 편이기 때문입니다.


7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MBC구성원들에게는 아마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이 될 것 같습니다. MBC는 때때로 정치권력에 장악되어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MBC구성원들은 정치권력이 싸움을 걸어오면 피하지 않았습니다. 싸우다 지쳐서, 힘이 부족해서 쓰러진 적은 있지만 한 번도 투항하지 않았습니다. 그 정신이 지금 MBC를 윤석열 정권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송사로 만든 힘입니다.


이번에도 MBC구성원들은 전선에 나설 것입니다. 방문진 이사 선임부터 MBC 민간매각까지, 어디에서 윤석열 정권의 공세를 저지할 수 있을지 지금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 이기느냐 지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 과정에서 MBC구성원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불의와 부정에 끝내 투항하지 않는다면 1980년처럼, 1987년처럼, 2017년처럼 다시 한 번 국민의 승리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인들의 투쟁은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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