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걸으며.....옛일을 잊으리라.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개 속에 가로등 하나! 비라도 우울히 내려버리면 내마음 갈곳을 잃어.....옛 노래가 흥얼거려지는 눈내리는 겨울밤!!
포근한 날씨에 가로등 불빛 아래 보석처럼 흩뿌려지던 눈송이들이 모두 녹아버린 길을 남편과 막걸리 4병 마신 적당한 취기로 기분좋게 걸었습니다. 지난 2주일 동안 꽉짜인 대학원 기숙사 생활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설 연휴가 낀 이번 한 주 동안의 여유를 최대한 만끽하고 있답니다.
지난 토요일 대둔산 케이블카를 타고 환상적인 바위와 나무들의 설화를 감상했고, 바람 세찬 망해사와 심포의 앞바다를 열린 마음으로 모두 흡수해 버렸지요. 대둔산 찾던 길, 고산의 양심껏 말린 곶감 달콤한 속내에 세상의 깨끗함을 인정해야 했고, 남편 초등학교 시절 소풍지였던 추억을 쫓아 간 심포 근처의 거전리 새만금 횟집 친절한 칼국수 맛에서도 오가는 정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시부모님 모두 일찍 돌아가셔서 더욱 살뜰하게 챙겨주시는 큰 시누이댁에 심포의 생합과 아구를 나눠드리러 들리니,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챙겨주시느라 마을회관에서의 편안한 시간도 선뜻 뿌리치고 나서는 따사로운 마음에 감동을 더할 뿐이었답니다.
친정 부모님께 들러서도 똑같이 나눠 드리니, 오빠 가족까지 불러모아 힘든 저녁식사까지 대접해 주셨지요. 흐뭇한 식사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잠간의 정리를 마친 후, 간단한 나들이를 또 제안하는 남편 덕분에 9시 넘은 야심한 시간에 평소 익히고 싶었던 포켓볼 당구도 신나게 배우고, 바로 앞집의 막걸리로 오늘 하루의 흐뭇함을 정리했답니다.
차가 달리는 차가운 도로위의 눈들은 쉽게 자취를 감추는데, 포근한 땅 위의 눈들은 소복히 쌓여 발자취를 또렷하게 새겨 주더군요. 제 마음이 차가운 도로가 아니라 포근한 겨울의 땅이길 기도해보게 되었어요.
모든 흔적을 고스란히 정직하게 남겨주는 눈쌓인 겨울의 땅!!!
작업을 하다가 엄지 손가락을 크게 다치신 동서의 무사함과, 특별히 힘든 마음으로 겨울을 나고 계시는 셋째 형님의 평화로움을 기원하며 오늘 하루를 맺습니다.
기도해드려야 할 분이 주변에 너무 많음도 어찌보면 행복일 것이라 확신하며, 요즘 행복한 생활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부족한 면에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