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요?
한동안 우리 지역도 전세사기 사건이 정말 많았죠. 그때마다 법정에서 제일 많이 싸운 게 “공인중개사가 어디까지 설명했어야 하냐”였습니다.
오늘은 그 설명의무 범위를 선명하게 잡아준 대법원 판단을 다뤄보겠습니다.
이 사건은 다세대주택의 공동근저당과 관련해, 공인중개사가 “다른 세대 권리관계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한 첫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다세대는 왜 그게 잘 안 먹혀요?
일반 아파트는 ‘호실 하나에 위험도 대체로 그 호실 안에서 끝’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파트도 근저당이 있으면 위험하지만, 적어도 권리관계가 표준화돼 있고, 관리비·실거주 현황 같은 정보가 비교적 드러나죠. 반면 다세대주택은 겉으로는 아파트처럼 층·호수가 있지만,
실제로는 임대인이 여러 호실을 동시에 소유하거나, 한 건물 전체를 담보로 묶어 돈을 끌어다 쓰는 구조가 흔합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 임대인이 소유한 23개 세대를 묶어 채권최고액 18억 원의 공동근저당을 설정해 둔 상태였고, 임차인들은 보증금 6천만 원으로 일부 호실을 임차했습니다.
중개사는 확인·설명서에 “근저당 18억”만 적고, 그게 공동근저당이라는 점, 그리고 공동담보로 묶인 다른 세대에 선순위 권리가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설명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이후 경매가 진행되자, 다른 세대의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 임차인들에게 먼저 돈이 배당되고, 남는 몫이 줄어들어 한쪽은 배당 0원, 다른 쪽은 2,500만 원만 배당받았습니다.
“내 등기부엔 별일 없어 보였는데?”라는 말이 통째로 무너지는 순간이죠.
중개사 손 들어줬다면서요.
송경한: 그렇죠. 2심 논리는 “공동담보 제도에는 원래 위험이 있고,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 배당 가능성을 분석해 설명하는 건 중개업무가 아니다”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포인트를 달리 봤습니다. 계산기 두드려서 ‘당신은 37.2% 회수’까지 예측해 주라는 게 아니라, 임차인이 보증금 회수 위험을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정보는 갖춰줘야 한다는 겁니다.
공동근저당이 걸린 다세대에서 그 핵심 정보가 바로 “다른 세대 선순위 권리 존재 여부”라는 거고요.
그래서 대법원이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나요?
송경한: 대법원은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 등기부에 표시된 공동근저당의 권리관계만 설명할 게 아니라, 공동근저당이 설정된 임대인 소유의 다른 세대에 선순위 권리가 있는지까지 확인·설명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임대인에게 “다른 세대 임차인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임차인이 있다면 보증금·임대차 시기 등에 관한 자료를 요구해 확인한 뒤, 임차인에게 설명하고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여기까지 명시했습니다.
개인정보라면서요.
송경한: 현실에서 제일 자주 나오는 장면이죠. 이렇게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중개사가 자료를 요구했고 임대인이 거부했다면, 그 사실 자체를 확인·설명서에 명확히 기재하고,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위험을 임차인에게 경고해야 합니다.
둘째, 임차인 입장에선 ‘확인 안 됨’이라는 말이 나오면, 그 자체가 빨간불입니다. 다세대는 빨간불이 켜지면 브레이크를 밟는 게 정답이에요. 셋째, 가능한 범위에서 임차인이 직접 할 수 있는 확인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집합건물 등기에서 소유 형태를 확인해 “임대인이 몇 호실을 쥐고 있나”를 가늠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것도 ‘다른 호실 보증금 액수’까지 자동으로 알려주진 않기 때문에, 결국 중개 단계에서 자료 요구·확인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김차동: 결국 메시지는 “등기부만으로 끝내지 말라”는 거네요.
정확합니다. 특히 다세대에서 ‘등기부만 봤다’는 건, 시험지 한 장만 보고 전체 성적을 예측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공동근저당이 있으면, 다른 호실의 선순위 임차인,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가 배당을 좌우하니까요. 그래서 이번 판결은 “그 가려진 부분을 중개사가 밝혀줘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 겁니다.
전세사기 국면에서 설명의무가 계속 흔들렸는데, 적어도 다세대 공동근저당 상황에서는 방향이 분명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