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9(토)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오늘의 주제는요?

오늘은 정말 황당한 사건 하나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마약 운반책이 국제우편물을 수거해오라는 지시를 받고 갔는데, 상자 안에는 장난감만 들어 있었던 사건입니다. 

그런데 운반자는 이 상자가 마약이 들어 있는 물건이라고 믿고 움직였고요. 실제로는 마약이 전혀 없었음에도 대법원이 지난 25일 징역 3년을 확정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게 어떻게 유죄가 되지?” 하고 궁금해하는 사건인데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피고인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판매상과 연락하면서 이른바 ‘드라퍼’, 즉 던지기책 역할을 맡기로 합니다. 

판매상은 네덜란드에서 들어온 마약이 상자에 들어 있다고 안내했고, A씨는 이를 그대로 믿고 정해진 장소에서 국제우편물을 수거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세관에서 마약을 적발해 회수한 뒤였기 때문에 상자 안에는 장난감만 남아 있었죠. 

A씨는 “결과적으로 장난감을 들고 간 것일 뿐이고, 상자 외관만 봐서는 마약이라고 오인할 이유도 없었다”며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징역형을 확정한 이유가 뭡니까?

송경한: 법원은 아주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은 ‘마약이라고 인식하고 소지·양도·양수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법률 구조 자체가 “마약 거래를 할 목적이 있었으면, 설령 실제로 마약이 없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요. 

그래서 핵심은 실제 마약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A씨가 이것을 마약이라고 믿고 움직였는지, 즉 ‘주관적 인식’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상자 안 내용물이 장난감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에는 확고한 이유가 있습니다. 마약 거래는 대부분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밀봉된 포장 속에 숨겨 이동합니다. 

겉으로 봐서는 오히려 평범한 외관을 띄고 있거든요.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실제로 마약을 들고 이동한 경우와, 마약이라고 믿고 이동한 경우 사이에 범죄 위험성과 사회적 유해성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직 범죄가 던지기책을 모집해 전달망을 만들기 시작한 순간 이미 범행 실행의 일부이기 때문에, 마지막 단계에서 마약이 없었다고 해서 위험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사회적 반응도 꽤 뜨거웠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마약이 없는데 유죄냐?”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반대로 “이런 방식이 실제 마약 조직의 전형적인 수법인데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특히 요즘 SNS나 텔레그램에서 ‘단순 심부름 알바’, ‘수거 알바’ 같은 문구로 접근하는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요. 

사실상 이는 마약 전달책을 모집하는 방식입니다. 운반자 본인은 “내용물을 정확히 모른다”고 주장하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판결은 그런 오해를 확실히 차단한 의미도 있습니다.

 

그럼 정말 마약인지 모르고 가져간 경우는 어떻게 되느냐”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석 달 전에도 잠깐 언급했었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법원은 ‘몰랐다’는 주장을 거의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실제 마약 운반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정황이 필수적으로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수가 지나치게 크거나, 포장이 비정상적으로 무겁거나 단단하게 밀봉돼 있거나, “절대 열어보지 마라”, “정해진 장소에 두고 가라” 같은 부자연스러운 지시가 동반됩니다. 

또 텔레그램처럼 추적이 어려운 방식으로만 연락하는 경우도 많죠. 법원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적어도 불법일 가능성은 알고 있었으면서 일부러 외면했다”고 판단합니다. 

이를 법률용어로는 ‘미필적 고의’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됩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겠군요.

그렇습니다. 단순히 장난감을 들고 간 게 아니라, 그 과정 전체가 이미 마약 전달책 구조 안에서 움직인 것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마약이라고 믿고 행동한 이상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고요. 

현재 온라인 알바나 메신저 지시로 이루어지는 마약 전달 수법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굉장히 중요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