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8(목) 장승호원장의 마음지킴이

Q: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오셨나요?

A: 네, 오늘은 [미소포니아]를 주제로 준비했습니다. 30대 중반의 여성분이 “남편이 밥 씹는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고, 짜증이 폭발해요”라면서 병원에 왔습니다. 

이어폰을 꽂지 않으면 가족과 식사를 함께하는 것이 어렵고, 사무실에서는 누군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어도 자리를 피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특정 소리에 대한 강한 정서적 고통은 단순히 ‘예민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심리학적으로는 이를 [미소포니아]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소리에 대한 혐오’라고 할 수 있죠.

 

Q: 구체적으로 어떤 소리들이 [미소포니아]에 해당될까요?

A: [미소포니아]는 특정 소리에 대해 지나치게 강한 분노, 불쾌감, 혐오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소리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의미 없는 배경음에 불과한데요. 미소포니아를 겪는 분들에게는 뇌에서 위협적인 자극으로 인식되어서 불쾌하고 공포스러운 반응이 즉각적으로 일어납니다. 

대표적으로 음식 씹는 소리, 쩝쩝 입맛 다시는 소리, 볼펜을 똑딱이거나, 키보드 타이핑하는 소리 같이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소리들이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미소포니아는 왜 일어나는 걸까요?

A: 미국 뉴욕대학 연구에 따르면, [미소포니아] 환자들은 특정 소리를 들었을 때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인 편도체와 섬엽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즉, ‘위험하다는 경고 신호’가 실제로 뇌에서 울리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정신의학계에서는 [미소포니아]를 일종의 감각-정서 장애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러한 불편감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분노나, 짜증, 불안과 함께 충동 조절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소리에 예민하신 분들,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A: 네, 우선 자연의 소리나 부드러운 음악을 통해 불편한 소리들에 둔감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다만, 귀마개를 사용하는 등 지나치게 소리를 차단하면 오히려 민감도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소리를 없애려고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불쾌한 감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요. “왜 나는 이 소리에 이토록 예민할까?”라는 자기 비난보다는 “그래 이건 내 뇌의 반응 방식일 뿐이야.”라고 이해해보는 것이죠. 또, [미소포니아]는 무의식적이고 빠른 감각 반응이기 때문에 명상이나 심호흡을 통해 신체 반응을 줄여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우울이나, 불안, 분노 조절의 어려움이 동반된 경우에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미소포니아]는 아직은 생소한 감각-정서 장애입니다. 그런 만큼 주변에 소리로 괴로워하는 분들이 있다면 오늘은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네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