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3(토) 송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오늘의 주제는요?

오늘은 ‘노란봉투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인데요.

‘노란봉투’라는 이름은 잘 아시겠지만. 2014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을 때, 한 시민이 성금을 담아 보낸 데서 비롯됐습니다. 

이후 노동권 보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여러 차례 국회 문턱에서 좌절되다가 지난달 본회의를 통과해 9월 9일 공포되면서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이라도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면 사용자로 인정하게 됐습니다. 

또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해 임금·근로시간 같은 근로조건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도 파업 사유에 포함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무제한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책임 있는 부분에 한해 배상하도록 했고요. 가족이나 보증인까지 책임을 지우던 관행도 금지됐습니다.

 

노동자 권리 강화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동안 파업 뒤 수십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남발되면서 개인이 집과 재산을 잃는 경우가 많았고요. 

모든 비용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가압류는 걸고 시작할 수 있으니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있었거든요. 이번 법은 이런 남용을 줄이고, 노조가 교섭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서 하청업체들도 교섭력이 강화됨과 동시에 원청도 손배소를 무기로 교섭을 회피하기 어려워지니 대화 유인이 커지게 됩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반발이 적지 않다고요?

네. 하청까지 사용자로 인정되면 수백 개 협력업체와 교섭을 해야 한다며 “교섭만 하다 시간이 다 간다”는 우려를 내놓습니다. 

쟁의행위 범위와 관련해서도 공장 증설이나 해외 진출 같은 결정이 파업 사유가 될 수 있다며 경영권 침해라고 주장합니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 부분 역시 “노조가 무리하게 파업해도 책임을 제대로 묻기 어렵다”는 불만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기업 단체들은 시행 시기를 1년 정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재로선 6개월 후 시행이 예정돼 있습니다.

 

사실 이런 논란의 밑바탕에는 우리나라 고용 구조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대기업 정규직은 강한 법적 보호를 받고 처우도 좋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하청–재하청–재재하청 구조가 일반화돼 있습니다. 

대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고용을 줄였고, 그 결과 직고용 비율은 OECD 최저 수준인 14%에 불과합니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과 하청노동자 사이의 임금·복지·보호 범위는 크게 다릅니다. 이번 법은 이런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이 특수고용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줄까요?

직접적으로 ‘특수고용 보호’라는 조항이 담긴 건 아니지만, 사용자 범위가 넓어지면서 파급효과가 생깁니다. 

택배 기사나 배달 라이더처럼 개인사업자로 분류됐던 노동자들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한다면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단체행동을 하면 불법으로 취급됐지만, 앞으로는 교섭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국제노동기구가 권고해 온 “모든 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 보장”이라는 기준에도 부합합니다.

 

앞으로의 과제가 뭐가 있을까요?

노란봉투법에는 여전히 법원의 해석을 거쳐야 하는 조항들이 있습니다. 사용자 범위를 넓혔지만 ‘실질적 지배·관리’라는 개념은 모호합니다. 

결국 사건마다 판례를 통해 정리돼야 하고,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쟁의행위 범위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이라는 문구는 추상적이어서, 해외공장을 세우는 게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도 있고 단순한 투자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기준을 더 구체화하는 보완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