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증여’란 단어는 흔히 물질적인 재산의 대물림으로 통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의 이동”으로 정의하고, ‘내 돈 주고 산 시계’와 ‘선물한 시계’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전자는 값에 따라서만 가치가 달라지지만, 후자에는 ‘하나뿐인 존재감’과 ‘타인에게 주었을 때만 생기는 소중함’이 부여되면서 선물의 기쁨을 증폭시키고,
진정한 의미의 증여를 성립시킨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선물을 주는 행위', 즉 증여가 허술한 자본주의의 빈틈을 메우고 체제를 유지하는 힘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사람이 누리는 평온한 일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 수많은 사람의 증여 덕분에 가능했다고 이야기합니다.
화재와 범죄, 정전과 일용품의 품절까지 크고 작은 혼란이 찾아왔을 때 바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증여에 의해 사회와 체제가 유지되고, 인간 개개인의 안전을 보장받는다고 설명합니다.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에 따르면 ‘증여’는 진화에 따른 ‘조산(早産)’에서 기인했다.
직립 보행으로 골반이 좁아진 여성들은 미성숙한 아기를 출산하기 시작했고, 이를 함께 돌보기 위한 사회적 신뢰와 증여 관계도 필수가 됐다는 것.
때때로 수세기에 걸친 증여는 과학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발견 당시에는 쓸모가 없다고 놀림받던 원소 주기율표를 꿋꿋이 남긴 멘델레예프의 기록도 후대의 과학자들에게 증여가 됐다.
그렇기에 저자는 “수취인으로서 상상력을 발휘할 때”에 비로소 증여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고 말합니다.
‘쓸모없는 것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신봉하는 요즘 세태에 새겨둘 조언이죠.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비로소 깨닫게 되는 부모님의 사랑, 누군가와 헤어진 뒤에야 자신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느끼게 되는 순간이 바로 증여의 본질을 깨닫는 계기가 됩니다. 저자는 이를 '사랑의 공유'라고 부르고, 내가 받은 사랑을 증여받지 못한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증여의 순환'이 시작된다고 강조합니다.
김소연 시인은 이 책의 추천사에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세계가 비로소 열린다.“
저자에 대한 소개
‘지카우치 유카’라는 작가고요, 1985년 태어난 젊은 철학자입니다.
전문 분야는 비트겐슈타인 철학. 현재 통합형 교육기관 ‘지창학사(知窓学舎)’의 강사로 가르치고 있고요,
교육 현장에서부터 교양과 철학을 확립하며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의 융합’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오늘 책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는 저자의 첫 책으로 출간과 동시에 화제를 모으며 제29회 야마모토 시치헤이상 장려상,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2021 5위, 독자가 선정하는 비즈니스서 그랑프리 2021 교양 부문 4위에 선정되었어요.
그 외에 지은 책으로 <이타·돌봄·상처의 윤리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