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요즘 ‘문단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한 젊은 여성 시인이 있습니다.
2022년 등단했고, 이듬해 10월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펴낸 고선경 시인인데요.
첫 시집은 지금까지 16쇄(3만부)를 찍었습니다.
규모가 작은 시집 시장에선 짧은 기간에 달성한 이례적인 판매 부수인데요.
문단은 물론 출판사도 놀랐습니다.
2023년 가을에 출간됐던 시집이 느닷없이 지난해 여름 빵하고 터져서요.
앞으로 문학동네·난다·창비 등 그와 계약한 출판사들이 줄을 서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덕에 ‘전업 시인’으로 활동 중인데요. 등단 3년 차 시인이 시인선의 문을 여는 이변도 벌어졌습니다.
출판사 열림원은 새 시인선을 시작하며 첫 주자로 고선경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지난달 나온 두 번째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알>입니다.
어떤 시가 있는지 궁금하다. 몇 구절 알려 달라주세요.
“시인들이 우르르 홈쇼핑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여는 시 제목은 ‘도전! 판매왕’입니다.
“떨군 고개를 원래 스트레칭하려 했던 척 한 바퀴/돌리는 것까지가 제 시집의 장기입니다.”
(시 ‘도전! 판매왕’에서)
이런 시 제목도 있습니다.
‘늪이라는 말보다는 높이라는 말이 좋아’
이번 시집은 20대 시인이 생각하는 시집의 쓸모, 문학의 쓸모에 대한 고민도 두드러집니다. 깔깔 웃는 얼굴 이면의 깊은 속내를 마주한 느낌입니다.
‘도전! 판매왕’엔 시인들이 홈쇼핑에 나와 시집을 100초 동안 어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리던 ‘나’는 자기 순서가 되자 말을 얼버무립니다. “백 초는 너무 길고 시집은 너무 짧다. 그게 이 시집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유다.”
시집 전반에 유머와 위트, 날카로움과 쓸쓸함이 붉게 차있습니다.
고선경 시인에 대해 궁금합니다. 소개 좀 해주세요.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한국시의 미래” “텍스트힙의 선두주자”라 불리는 고선경 시인은 1997년 안양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자랐습니다.
“시는 원래 힙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2022년 ≪조선일보≫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첫 시집으로 『샤워젤과 소다수』가 있습니다.
저는 이번 시집 맨 앞장에 있는 ‘시인의 말’에서 고선경 시인의 목소리를 생생히 느꼈는데요. 이런 말입니다.
“아삭아삭할 겁니다 / 겨울을 견뎌 본 심장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