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1(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할 책은?

세계적인 역사학자 ‘데이비드 빈센트’가 최근 출간한 저서 <사생활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방해받지 않는 삶은 언제나 간절했다”는 주제가 눈에 띄는 이 책은 중세시대부터 현대까지 프라이버시 개념에 대한 약 700년간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추적한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사례를 살펴보면요, 런던에서는 12세기부터 이미 ‘방해죄’가 존재했는데 여기엔 사적인 방해와 공적인 방해가 모두 포함되고요. 

방해를 받은 사람은 누구든지 재판소에 소를 재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방해죄 재판소’에는 맞고소와 줄소송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세상으로부터 혼자를 지킬 권리, 프라이버시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내용이 인상 깊었나요?

1341년 런던 방해죄 재판소에는 이런 고소가 접수됐습니다. 

“이웃이 깨진 창문으로 자신의 정원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조치해달라.” 현장 검증을 마친 재판부는 이 이웃에게 40일 안에 창문을 수리하라고 판결했는데요. 

‘사생활의 권리’(프라이버시)가 처음 법적으로 인정된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춥고 쓸쓸한 2월이지만, 그만큼 조용한 고독이 필요해진 2025년, 혼자인 삶이 많아지는 시대. 이 책에는 적극적으로 사생활을 지킨 개인의 노력이 가득합니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할 울타리 속에서 존엄과 품격이 느껴지는 역사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소개해주실 책이 한 권 더 있으시다고요?

저자의 다른 유명한 저서가 있어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국내에 2022년에 출간된 <낭만적 은둔의 역사>라는 책인데요. 

“흥미로운 지식과 통찰로 폭발하는 책”이라는 극찬을 받은 이 책은 약 400년 동안의 혼자 있기를 최초로 다룬 대중서입니다. 

출간 당시 많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이끌며 저자의 이름을 널리 알린 책입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혼자 된 시간을 즐겁게 마주하는 법’이라고 정리할 수 있는데요. 

그 방편으로 독서나 우표 수집, 자수, 반려동물 돌보기부터 세계일주라는 극한의 은둔까지 각종 여가활동이 탄생하고 취미로 자리 잡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왔고 사랑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내가 연결되며 

흔치 않은 위로를 느끼게 되는 이 책은요. 한 온라인 서점이 주최한 ‘21세기 최고의 책’ 중  한 권으로 최근 꼽히기도 했습니다. 

  

<사생활의 역사>와 함께 읽어보시면 더 풍성한 독서가 되겠네요. 저자는 어떤 인물인가요?

영국의 석학 ‘데이비드 빈센트’는 유럽의 역사학계에서 매우 중요하고 유명한 인물입니다. 

영국 노동 계층 연구를 시작으로 점차 주제를 확대해 개인 삶의 다양한 면모를 사회학적, 역사학적으로 탐구하며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고요. 

이밖에 대중의 문해력에 대한 변천사, 개인과 국가의 관계 변화, 중세 이후 변화되어온 프라이버시의 개념, 

팬데믹 이후 사회 변화 등 개인의 삶에 밀접한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