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1(목) 김형준원장의 마음 지킴이

Q: 오늘은 어떤 주제일까요?

A: 제가 환자를 진료하고 약물을 처방하면서 많은 환자분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정신과 약은 몸에 안 좋다는데 꼭 먹어야 하나요?’라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정신과 약물에 대한 오해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신과 약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Q: 저도 정신과 약물 하면 사실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어떤 오해들이 있나요? 

A: 첫 번째가 정신과 약이라는 말 자체에 오해가 있습니다. 사실 정형외과 약, 소아과약 내과 약이라고 불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모든 약은 전공과목별로 약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질병이나 증상, 적응증에 맞춰 처방하는 것입니다. 정신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약물에는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정신증제, 인지기능개선제, 수면제 등 증상과 적응증에 따라 매우 다양한 약물이 존재합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약에는 수십, 백여 종의 약물이 있고 각각 효과도 부작용도 다 다릅니다. 하지만 정신과 약이라는 있지도 않은 분류로 불리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오해입니다. 두 번째는 정신과 약은 중독이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약물이 중독성이 있다는 말은 내성과 금단이 있다는 말입니다. 즉 약물을 많이 먹으면 효과가 떨어지는 내성과 약물을 갑자기 끊으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금단을 말합니다. 이런 내성과 금단은 오남용하는 경우 사실 거의 모든 약물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좀 더 쉽게 그런 성향을 보이는 약들이 있긴 합니다. 특히 항불안제 일부와 수면제가 그렇긴 한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바로 이런 약물을 가장 잘 알고 적절히 처방하여 내성과 금단이 없도록 고도로 훈련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전문의의 처방지침을 잘 따른다면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 외 항우울제나 인지기능개선제, 항정신증제는 특별히 내성과 금단이 강한 약들은 아닙니다. 다음으로 한번 정신과 약을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한다는 오해입니다. 정신과에서 다루는 질환에는 매우 다양한 병들이 있고 각각 특성도 다 다릅니다. 우울증만 놓고 이야기하면 우울증도 급성으로 와서 짧게 치료하고 금방 나아지는 때도 있고 잦은 재발을 통해 만성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예도 있습니다. 만성인 경우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거나 때로는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약물에 문제가 있어 평생 먹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특성과 경과에 따라 마치 고혈압약과 당뇨약처럼 약물을 오래 복용하는 경우에 대한 오해로 이런 편견이 생긴 듯 합니다.     


Q. 제가 들은 이야기로 정신과 약물을 오래 먹으면 치매에 걸린다거나 머리가 멍청해진다는 말도 있는데, 이것은 어떤가요?

A: 이거야말로 가장 큰 오해인데요. 정말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라면 국가적으로도 절대 처방이나 판매가 금지될 것입니다. 적절한 약물 처방으로 기억력이나 집중력, 그리고 오히려 정신이 맑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오해가 있는 이유는 조현병 같은 중증 정신질환의 급성기에 매우 심한 행동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강력한 진정제나 안정제, 수면제 등으로 빠르게 안정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얼마 전까지 생생하던 환자가 갑자기 조용히 해지니까 마치 바보가 된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온 오해입니다. 이런 경우는 중증 환자, 그것도 급성기에만 일시적으로 해당되는 것으로 일반적인 정신과 약물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닙니다. 끝으로 가끔 ‘의사인 당신 가족한테도 이 약을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환자나 보호자가 있는데 저는 항상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내 가족, 혹은 나 자신도 같은 증상과 같은 질환을 앓게 된다면 당신과 똑같은 약을 처방하고 복용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모든 약은 크고 작은 원치 않는 부작용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부작용보다 약의 효과로 얻는 이익이 크다면 과감히 사용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일이라는 원칙으로 의사들은 약물을 처방한다는 점을 기억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