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5(화)임주아 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최근에 되게 오랜만에 영화관을 다녀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관객이 없어 친구랑 저랑 단 둘이서 상영관에 있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어릴 적 줄 서서 기다리던 옛날 극장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코로나도 없던 그때 그 풍경을 되새기는 마음으로, 오늘은 영화관을 생각하며 고른 <아카데미극장>이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아카데미극장을 기억하고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사라져가는 중요한 풍경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기록집입니다. 

아카데미극장은 해방 이후 원주에 생겨난 다섯 개의 극장 중 한곳으로 1963년 개관한 이래 철거되지 않고 제자리에 남아있는 유일한 단관극장이라고 합니다. 

 

 영화 ‘시네마천국’에서처럼 영사기로 필름을 돌리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상영되는 극장인데요.

그런데 이 단관극장이 전국적으로 단 두 곳밖에 없습니다. 한 곳은 방금 말씀드린 강원도 원주의 아카데미극장, 그리고 한 곳은 전라도 광주의 광주극장입니다. 

그런데 두 곳 중 단 한 번의 화재도 없이 원형 그대로를 유지한 곳은 아카데미극장이 유일하다고 하는데요. 

이곳은 2006년 영업 종료 이후 무려 14년 동안 문이 닫혀있다가 많은 사람들의 고군분투 끝에 지난 2020년 시민들에게 다시 개방됐다고 합니다. 

 

세월의 풍파에 떠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었는데 다행히 여러 사람이 모여 보존활동을 펼쳤습니다. 

동에 앞서 가장 먼저 시민들한테 설문조사를 해보니 약 천명 중에 88%가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민들에게 극장에 관한 사연을 받기도 하고, 옛날 포스터 전시도 하고, 고전 영화도 상영하고, 심지어 아카데미극장에 관한 다큐도 찍고 하면서 극장 구하기 운동에 나섰습니다. 원주시에서는 이 극장 매입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문화재청 사업을 두드렸는데 두번이나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에 보존추진위원회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100인 100석 프로젝트'라는 운동을 펼쳤는데요. 

100만원을 기부한 100명의 시민들에게는 아카데미 극장 매입 후 좌석에 명판을 달아드리겠다고 해서 의미 있는 성금 1억을 모았습니다. 

이러한 자발적인 움직임 덕분에 최근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전국적인 관심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 덕분에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되겠네요. 책 속에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낡은 극장을 왜 보존해야 하냐는 질문에 "도시의 정체성을 설명할만한 대표적인 건물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 어느 젊은 예술가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결국 존재해야지만 기억도 이어지는 것"이라는 말에도 밑줄을 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