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1(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6년 전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되었을 때, 면역에 관해 이토록 충실히 탐구한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니! 하고 감탄한 기억이 있는데요. 

요즘 어딜 가든 누구를 만나든 '백신 접종'이 중심 화두에 있다 보니 다시 이 책을 교과서처럼 꺼내보면서 면역과 백신에 관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면역에 관해 이보다 우아하고 지적이고 친근한 책은 없었다는 평을 받으며 많은 독자들의 감응을 일으킨 이야기, 

2015년 초 미국에서 학교백신법을 강화하며 뜨거운 논쟁이 된 시점에 나온, 미국의 촉망받는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의 세 번째 책 <면역에 관하여>를 추천합니다.

 

총 30편의 짧은 에세이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이 책은 백신과 예방 접종이 실제로 아이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원하고 있는지 규명합니다. 

작가는 2009년 아들을 낳으며 엄마가 되는데 면역과 예방 접종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체험을 하게 됩니다. 

모든 엄마들이 아이에게 신종 플루 백신을 맞힐지 말지 토론을 벌였다는 대목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작가는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겁날 게 없던 세상에서 모든 게 두려운 세상으로 바뀌는 경험이라고 털어놓습니다. 

그렇게 "힘을 부여받은 무력함"을 느끼며 아이를 대신해 무수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한편으론 어떤 결정이 옳은지 확신할 수 없어 무력합니다. 

이토록 낯선 어머니의 세계에서 면역과 예방 접종을 탐구한 전방위적 기록을 펼쳐보이는 작가는 이 책에서 백신 반대자의 상황과 마음을 충분히 살피면서 사람들의 두려움이 어디에서 오는지 이해합니다.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면?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마지막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요. 이 책의 이성과 감성이 어떻게 따뜻한 조화를 이루는지 궁금한 독자들께 드리는 궁극적이면서도 사적인 메시지였습니다. 

"<면역에 관하여>는 한편으로는 과학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이며, 무엇보다 밀도 높은 사고이다. 이런 글을 쓴 비스의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가 시인이라는 사실은, 

너무 공교로워서 오히려 재미없는 농담처럼 들리지만, 아마도 이 아름다운 책에 좋은 영향을 미친 우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