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휩쓸고 간 주말.. 저희 가족은 큰일을 치를 뻔 했어요.
토요일, 가족 모임이 있었는데 태풍이 온다고 하니 저는 솔직히 다음으로 미뤘으면 했지만
가족들이 모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 그냥 강행하기로 다들 약속을 하더라구요.
사고는 모임이 끝나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어났어요.
여느 때 같으면 택시를 타고 이동을 했을텐데
날씨도 궂은데다가 아이도 있고 저는 임신까지 한 몸이라 더 불편할 거라고
남편이 생각했나봐요.
그냥 우리 차를 갖고 움직이자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남편이 맥주를 두 잔 정도 마셨거든요.
돌아오는 길에 운전을 하려고 하는데 기분이 이상한 거에요.
제가 말렸지요.
남편은 맥주 두 잔은 괜찮다고 이 정도면 음주 단속에도 안 걸리고
이런 날씨에는 단속도 안 한다고 말했지만
저는 '단속이 무서워서 음주 운전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음주운전이 무서워서 단속을 하는 거'라면서 남편을 말렸어요.
그리고 제가 운전하겠다고 고집을 했어요.
저희 남편은 밖에 나오면 꼭 자기가 운전을 하고 고기도 자기가 굽고
제게 뭘 시키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기어코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하는데 저도 그날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죠.
결국 남편의 기분이 약간 상한 채로 제가 운전대에 앉았는데요.
아이는 뒷자리 카시트에서 잠들어 있고 남편도 조수석에서 살짝 조는 듯한데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바람에 차도 휘청거리는 거 같고
조금 무섭더라구요.
그래서 속도를 낮춰 조심해서 달리는데
갑자기 차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드는 거에요.
도로에서 붕 떠 있는 듯한 그런 느낌 있잖아요.
가속기에서 발을 떼었는데도 계속 밀리는 느낌이라
순간적으로 브레이크에 발을 댔다가 화들짝 놀라서 떼었어요.
그럴 때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안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는 생각이 났거든요.
이대로 부딪히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감이 들면서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구요.
그러기를 몇 분이 지났을까요?
차가 점점 속도가 줄어드는 것 같길래 천천히 갓길로 세웠어요.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남편이 눈을 뜨더라구요.
놀란 이야기를 하니까 남편이 아기는 괜찮냐고
제 뱃속의 아기를 먼저 걱정하고는
그러길래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뭐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지지 않고 그나마 제가 운전해서 산 줄 알라고 했죠.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느라 한참을 그대로 차 안에서 앉아있다가
비가 조금 우선하다 싶을 때 비상등을 켜고
그야말로 거북이 걸음을 해서 집까지 왔네요.
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상황이었어요.
여러분도 빗길에 운전 정말 조심하세요.
특히 술 마신 분들 운전을 절대로 안 돼요.
참, 이 글은 익명으로 해주세요.
행여라도 남편이 맥주 두 잔에 운전하려고 했었다는게
주변에 알려지는 건 좀 그렇거든요.
그럼 안녕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