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와의 특별했던 휴가...

난 올해 특별한 휴가를 보냈다.
친정 엄마와의 휴가다.
난 56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친정엄마와의 소중한 휴가를 즐겼다.
혼자서 3 남매를 키워 내시느라 정신없이 바쁘셨던 엄마의 생활이
그렇게 여유롭질 못하고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만으로도 벅차고 힘겨웠기 때문에
여행이나 피서나 문화생활이라는 단어는 일찌감치  기약없는 약속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역시 우리 삼 남매도 당연히 엄마 생각을 따라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여유를 부릴 생각조차도 못하고 투정이나 요구도 감히 엄두를 못내고 살았던것 같다.
더구나 난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탓에 중학교 삼년 내내 소풍간다는 말 한마디
안 하고 김밥한번 싸 달라는 소릴 못하고 학교생활을 마쳐야만 했다.
바쁘시고 힘들어 하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감히 그럴수가 없었다.
우리 가족은 내가 시집오기 전 까지는 여유있게 앉아서
가족끼리 오붓한 대화라든지 과일을 먹는다든지
T-V를 시청한다는것이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하기까지도 했던것 같다.
여유없이 바쁘게 종종거리면서 살면서 나이가 들고보니 이제야 정신이 드는것 같다.
문득 엄마가 보고싶어진다.
그렇다고 친정에 자주 가는것도 아니고 가 봐야 하룻저녁 자고 바로 와야되는
입장이라 시간적이 여유도 없었다.
 
그렇구나 !!!
엄마하고 다정하게 앉아서 속 깊은 이야기 한번 할 기회도 없었고
누가먼저 그러자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럴수도 없었다.
그렇게 안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건지도 모르고 할줄도 몰랐다.
그래!!!
이번에 만나면 엄마랑 다정한 모습으로 사진도 한장 찍고
가까운데 여행도 함께 해야지...
그러고보니 엄마와 단둘이 찍은 사진은 커녕 가족사진 한장 없었다.
그리고 그동안 한마디 해 보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도 해 드려야지...
해서 엄마생전 내 생전 처음으로 엄마을 집으로 모시기로 했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네 접니다.엄마 딸이요..
그래 어쩐일이냐~~~
무슨일 있는거 아니냐?
엄마 그게 아니고 저희집에 한번 놀러 오세요.
엄마연세 80 이신데 그래도 다니실수 있는 건강이 있을때 한번 오세요.
제가 맛있는거 사 드리고 여기저기 구경시켜 드릴께요.
저와 함께 사시는 시 아버님 불편하시다고 한사코 거절 하시는 엄마를
간신히 설득 시키기를 4일....
 조르고 졸라서 성공을 한 저는 날아갈듯이 기뻤습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미루시다 12년만에 처음으로 오시는거거든요..
반가운 만남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엄마와 단둘이 마주앉아 있으니 처음에는 어색하고 덤덤 했습니다.
그러다 이야기 보따리 한번 터지기 시작하니 한도 끝도 없었습니다.
엄마가 옛날에 살아왔던 이야기를 하면서 울기도 하고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손뼉을 치면서 웃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 저녁을 꼬박 새웠습니다.
엄마 우리 내일 여행가요..
여행은 무슨 ...
그냥 우리딸 얼굴이나 보고 가면 되지 사돈 어른도 계시는데 좀 그렇잖니...
그도 그랬다,.
그냥 가까운데 잠깐 갔다 오자.
그래서 덕진 공원엘 모시고 갔는데 연신 감탄을 하시면서 너무 좋아하신다.
어쩜 이렇게 연꽃이 이쁘냐.이렇게 많은 연꽃은 처음보셨다 하시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 하신다.
딸자식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데 친정엄마 해외여행 한번 못 보내드리고
참말로 면목없다.
다른집 자식들은 부모님 해외여행 보내드린다고 경비를 드린다 용돈을 드린다 하는데
난 아직 그런걸 한번도 못해 드렸다.
시아버님은 여행을 보내드렸는데 내내 마음이 걸린다.
지금 내가 제일 하고싶은게 있다면 친정엄마와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긴 여행을 한번 해 보고싶다.
그동안 효도라는것을 해 드린적이 없는 딸의 소원이자 엄마에게 드리는 마지막 효도일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엄마와의 5일 휴가를 마치고 아쉬운 작별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중요한것은 만났을때 사진한장 찍는다고 한것을 빠트리고 말았다.
사랑한다고도 못해 드렸다.
엄마가 우리집에 오신다는것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깜빡 잊고 말았던 것이다.
엄마 다음에 한번 더 오세요.
그땐 정말 여유있는 마음으로 편한 여행 한번 함께 하시자구요...
부모는 자식이 효도하기를 기다려주시지 않는 다는 그 말에 마음은 더욱 바빠진다.
엄마 사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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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봉동읍 장기리 158-2
임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