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조그만 욕실 같은 공간에 양복 입은 남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 영화 ‘변호인’에서 본 ‘고문실’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있는 표지. 꽤 두꺼운 2권의 책. 강태진님의 ‘조국과 민족(비아북)’
고문실을 연상시키는 표지 그림에 ‘조국과 민족’이라는 제목? 어떤 책인가?
‘조국과 민족’이란 제목의 만화.
때는 1987년 서울, 정보기관 소속의 박도훈과 김대한은 빨갱이 조사와 검거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일명 기술자들.
박도훈은 고정간첩인 ‘광명산’의 히로뽕 밀수를 돕게 되고 광명산이 정보기관에 잡히면서 들통 날 위험에 처하고
김대한은 큰 건설사 회장인 아버지의 회사가 조총련계와 연결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를 입수한 한편
홍콩에서 아내를 죽이고 이걸 간첩의 짓으로 무마하려한 한 남자 사건을 파헤치게 됨.
모티브가 되는 사건은 1987년에 있었던 ‘수지킴 사건’.
1980년대 후반,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한다는 국가기관이 애국심을 부르짖으며 활약했던 어두운 사건들을
느와르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각으로 간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보여줬다는 점이 독특.
어릴 때보던 그런 단순한 만화가 아니었군요.
얼핏 강풀이나 윤태호 작가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영화 ‘밀정’속의 친일파나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중첩돼서 해석되기도 함.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 특별한 상황, 환경 속에서 신념 없이 현실에 안주하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
강태진 작가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심심풀이로 만화를 그렸는데
더 늦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며 전업작가로 나선 인물. 그 첫 작품이 바로 이 ‘조국과 민족’.
최근에 영화화도 결정됐다는 소식.
이주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은?
맥주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분들, 혹은 창업을 꿈꾸고 있는 분들이라면
‘창업의 시대, 브루독 이야기’를 추천.
수제 맥주의 성공적인 창업자 제임스 와트의 경험담에 관한 이야기.
또
최민석 작가의 초단편 소설집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단순한 문체로 쓰여져서 단숨에 읽히지만 또 여운은 오래 남는 40여 편의 초단편 작품들이 수록된 소설집.
엉뚱하고 위트가 곳곳에 있어 가볍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