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놀이

한 동물원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모았던 고릴라가 죽었다.
고릴라를 다시 수입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린다.
또 인기 있는 고릴라가 없으면 사람들이 동물원을 찾지 않아서 수지를 맞출 수도 없다.
이때 고심하던 동물원장이 한 가지  아읻어를 냈다.
고릴라 가죽을 벗겨서 사람에게 입힌 다음 고릴라 시늉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이 일을 할 사람을 뽑았고 그에게 고릴라 가죽을 쓰고 고릴라  우리에 들어가도록 했다.
고릴라 탈을 쓴 채 우리 안을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되었을 것을, 이 사람은 어찌나 직업 의식이 투철했는지, 바나나를 먹기도 하고 그네도 타면서 진짜 고릴라처럼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은 환호하며 고릴라 우리 앞에 더 많이 모여들었다.
뜨거운 반응에 고무된 그는 공중그네 타기, 연속 텀블링 등 계속해서 다양한 묘기를 선보였다.
그런데 그가 공중그네에서 3회전 돌기를 하다가 그만 실수로 옆에 있는 사자 우리로 떨어지고 말았다.
기겁한 그가 고릴라 가죽을 벗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사람살려"라고 소리치려는 그 순간, 사자가 다가와 그의 입을 가리며 이렇게 말했다.
"입 다물어, 인마. 요즘처럼 취직하기 힘든 세월에 두사람 일자리를 다 잃게 만들고 싶어?"
결국 사자도 가짜였던 것이다.
 
 
한현수(010-2683-5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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