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조각구름이 떠있는 파란하늘에서 내려 쬐는 태양은 가을 이삭을
말리기에 아주 좋은 날씨인 것 같다. 10월의 마지막 날! 활짝 핀 억새가
부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익산시 용동면 농촌 들녘을 지나가며 혼자만의
가을풍경을 만끽한다. 가을이 오면 높아지는 파란 하늘과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갑자기 쓸쓸해지고 외로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 온 들판이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황금물결을 이루고 바빠진 발걸음을 보면 마음은 항상 풍성함이 가득한 농부의 웃음진 얼굴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해서 사람들의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건강함? 부유함? 남들에게 존경받고 사는 것 ?
이런 추상적인 것들 자체가 행복이 될 수 있을까요?
누군가 적당히 모자란 재력과 재능을 지니고 열심히 사는데 행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행복이라는 단어도 모른 채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바로 독거노인들 입니다. 나는 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자원봉사자로 이 일을 시작한지 6개월이 조금 지났지만, 처음 이일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선 것을 보며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소의 차는 있어도 모두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의 작은 일은 소외되고 불편한 신체를 가진 독거노인에게 밝은 빛과 따뜻한 인간미가 가슴 가득 채워지기를 바라는 혼자만의 천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모두들 떠나버린 텅 빈 농촌을 버리지 못하고 당신이 태어나신 그 곳을 잊지 못해 불편하지만 꿋꿋이 누렇게 익어가는 농촌 들녘을 바라보시는 우리의 어른들! 그 어른들이 있기에 아직도 농촌은 풍성한 가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작은 일 하나를 하면서 노인에 대한 공경심과 남을 위해 나의 조그만
수고가 이 사회를 아름답고 정겨운 인간미가 흐르는 도덕사회를 꿈꾸며 나 아닌 모두가 이 일에 동참하여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넘쳐나는 은혜로운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겨울이 찾아오면 더욱 차거워질 그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펴줄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줄지어 설 년말이 다가온다. 사랑의 경험을 맛본 사람이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발견하듯이 자원봉사자로서의 기약 없는 일이지만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을 거듭 다짐해보며 어렵게 다가온 나의 작은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작은 소망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또 한번의 마음을 챙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