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주 편안한 휴일이었습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늦잠을 자려 했지만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마당을 쓸고 있었죠. 그런데 제 머리로 무언가가 떨어져셔 보니, 신문 배달원이 던진 신문이었습니다. 전 재빨리 뛰어나가 "신문을 그렇게 막 던지면 어떻해!" 라며 소리를 버럭 질렀어요. 뛰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제게로 다가오는 신문 배달원은 땀을 뻘뻘 흘리며 몹시 미안해 하였습니다. 그러자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하기까지 하더라구요.
무척 성실해 보였고, 키는 크고 체격은 말랐고...........
그리고 진실하게 사과하던 그 말이 머리게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는 엄마의 성화가 있기도 전에 나가 보면 신문은 이미 와 있고, 그 소년을 만나기란 힘든 일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오빠와 대문을 나서는데 그 소년과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알고보니 그 소년과 저희 오빠는 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거예요.
그 후, 오빠에게 살짝 그 소년에 대해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말해 주지 않다가 나중에야
" 그 녀석 공부, 운동도 잘 하고, 무척 착하고, 학교에서 괴짜라고 소문이 났을 정도지. 그런데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요즘 힘들거야. 등록금 마련할 때도 됐잖아........... "
전 오빠의 말에 그 소년을 다시 보게 되었고, 몇일을 고심한 끝에 저로서는 대단한 결심을 했답니다. 예전부터 열심히 모은 용돈을 그 남학생을 위해 쓰기로 결심했거든요.
그 애 집을 알아내고는 돈을 편지와 함께 동봉해 넣었습니다. 무인으로요...
그 후, 오빠의 말을 듣자니 이름 모를 사람이 돈과 편지를 보내와 당황해 하다 등록금에 보태어 냈대요. 제가 그 소년을 도운 것은 절대 동정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가난한 환경에서 홀어머니와 살고 있지만 건강한 미소를 잃지 않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 애가 훌륭하기 때문이었죠.
요즘에도 항상 땀흘리며 살아가고 있는 그 애를 보면 게으름 피우다가도 열심히 생활하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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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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