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7년째 청취만 하다 처음으로 사연 올립니다.
17년만에 사연을 쓰게 된 이유인 즉 뇌혈관 수술을 앞두고 계신 친정아빠 때문이랍니다.
이날 평생 비행기 한번 못타보시고 전라북도를 벗어난적이 거의 없으신 불쌍하신 우리 아빠...
우물안 개구리처럼 작은 시골동네에서 벌을 키우시는게 인생의 전부라 여기셨던 아빠...
그런 아빠가 지난 2월 갑자기 뇌지주막하출혈로 응급 수술을 하셨습니다.
8시간의 긴 수술 끝에 중환자실에서 아빠를 뵐 수 있었습니다.
누워있는 아빠 손을 붙잡고 하염없이 흘리던 눈물, 위험하다는 얘길 들을 때마다 내려앉았던 가슴, 살아만 계시기
를 기도했던 그 마음.. 이 모든 게 다신 반복되지 않으리라 굳게 믿었고 또 그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검사결과 출혈이 의심되는 부위가 또 발견되어 7월 10일 다시 수술을 앞두고 계십니다.
이미 수술을 해 보셨던 아빠는 모든 걸 포기하셨어요.
식사도 드시지 못하고, 목소리 큰 걸로 유명하셨던 아빠의 목소리는 귀기울이지 않는 이상 들리지도 않습니다.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시고, 눈물을 보이시기도 합니다.
"인생이 너무 짧다. 이렇게 인생이 짧은줄도 모르고, 가족들하고 여행 한번을 못가봤네..." 이 말이 머리속에서
뱅뱅 돌기만 합니다.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전 아빠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납니다.
양봉일 때문에 외식 한번 제대로 못해보시고, 여행 한번도 못가보신 아빤데...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 한 걸까요
아빠랑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참 많은데.... 난 아빠 수술이 꼭 잘되리라 믿고 있는데..
아빤 왜 이리도 기운이 없는걸까요? 아빠의 지나간 세월이 아빠의 용기마저 빼앗아간걸까요?
나 역시 아빠처럼 무뚝뚝한 성격에 불퉁 대는 성격이라 아빠한테 따뜻한 말한마디 못해봤지만 아빠가 내곁에 없
다는건 상상해 본적도 없는데, 왜 자꾸 용기를 잃어가시는걸까요?
아빠.. 우린 아빨 믿어.
이번 수술 꼭 잘 이겨내서 다시 웃으며 우리 곁으로 와줘.. 우리 식구 같이 갈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잖아.
아빠 32년 이 평생 아빠한테 사랑한단 말도 못한 못난 딸이지만 오늘만큼은 얘기하고 싶어.
우리 창영씨, 우리 아빠 , 윤정이네 아빠 많이 사랑해
이젠 마음속으로도 울지마. 좋은 일만 가득할거야...
신청곡 :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혹은 아빠에게 힘이 될만한 노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