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7(토) 송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오늘은 조금 이례적인 형사재판 이야기입니다. 전세사기 사건에서 1심 판사가 판결문에는 징역 8년이라고 적어놓고, 법정에서는 실수로 징역 8개월이라고 읽은 일이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판결문도 8개월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해 실제로 1심에서 해당 피고인은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주 항소심에서 다시 징역 8년이 선고됐습니다. 판사의 말실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판결 선고의 효력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까지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입니다.

 

판결문에는 8년이라고 적혀 있는데, 판사가 잘못 읽었다고 그게 그냥 8개월이 돼버리는 겁니까?

황당하게 들리지만, 법리상으로는 그렇게 됩니다. 형사재판에서 판결은 판결문이 작성됐다고 효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하는 순간 외부적으로 성립합니다. 

대법원도 낭독된 주문이 판결문 기재 내용과 다를 경우, 낭독된 주문이 판결의 내용이 된다고 보고 있거든요. 

판결문은 그 선고 내용을 사후에 서면으로 확인하는 문서일 뿐입니다. 피고인에게 실제로 고지되는 것은 법정에서 재판장이 입으로 읽는 주문이기 때문에, 그 주문이 우선한다는 겁니다.

 

판사가 선고 직후에 바로 정정할 수는 없었던 건가요?

선고절차가 완전히 끝나기 전이라면 가능합니다. 재판장이 "제가 방금 잘못 읽었습니다. 판결문 기재대로 징역 8년입니다"라고 바로잡는 경우인데요. 

대법원도 선고절차가 종료되기 전에는 잘못 낭독한 주문을 정정해 다시 선고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선고절차가 모두 끝난 뒤라면 이미 피고인에게 고지된 판결을 "사실은 잘못 읽은 것이니 8년이다"라고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는 문제라 선고의 명확성과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도 공범들에게는 각각 징역 6년,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는데 정작 주범은 징역 8개월로 확정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된 겁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이 나왔습니다. 

1심이 8개월이었으니 형이 12배로 늘어난 건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걸리는 것 아닌가요?

피고인만 항소했다면 문제가 되었을 수 있겠죠. 다만,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항소심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피고인이 항소했다가 형이 더 올라갈까봐 아예 항소를 포기하는 일을 막기 위한 거거든요. 그런데 이 사건은 오히려 검사가 "징역 8개월은 너무 가볍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검사가 항소한 경우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항소심이 징역 8년을 선고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가능했습니다.

 

항소심이 한 일은 결국 1심 실수를 직접 고친 게 아니라, 검사 항소를 받아들여 새로 형을 정한 것이군요.

정확합니다. 항소심이 "판결문에 원래 8년이라고 적혀 있었으니 8개월은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한 게 아닙니다. 

1심에서 선고된 형은 일단 징역 8개월입니다. 다만 항소심이 사건의 중대성을 다시 따져보니, 

해자 127명에 피해액 144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전세사기 주범에게 징역 8개월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본 겁니다. 

재판부도 "범행을 기획하고 주도했는데 항소심에서까지 보조적 역할이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 사건은 판사의 단순한 말실수가 판결 선고의 효력으로 작동하는 예시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