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1(토) 송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이번 주에 공분할 만한 뉴스가 있었죠. 

남양주 스토킹 살인 피의자 김훈이 지난 8일 구속기소됐는데요.
PCL-R이라고 부르는 사이코패스 진단검사 결과 33점이 확인돼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또 한 달 전 서울 강북구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소영 씨도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은 사실이 공식 보도됐고요.
오늘은 사건 자체보다, 왜 이런 강력범죄 보도에서 자꾸 “사이코패스 판정”이라는 말이 붙는지,
또 사이코패스 진단검사가 형사절차에서 어떤 법적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실제로 검사 이름이 따로 있는 거네요?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는 캐나다 심리학자가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조은경 교수와 이수정 교수가 표준화한 한국판이 활용돼 왔습니다. 총 40점 만점이고요.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25점 이상을 사이코패스 기준선으로 봅니다. 

즉 단순한 인상평가가 아니라, 공감 부족, 죄책감 결여, 충동성, 기만성, 무책임성 같은 요소를 면담과 자료 분석을 통해 점수화하는 전문 평가도구입니다.


사이코패스 판정이 나오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형이 줄어드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는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을 주장할 경우, 이에 대한 반박 자료로 활용됩니다. 

사이코패스는 단지 도덕적 판단능력이나 공감능력의 결여 문제일 뿐, 원칙적으로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기본 입장이거든요. 

따라서 검찰은 이 검사를 통해 피고인의 정신 상태를 파악하고, 심신장애 주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결국 검찰이 이 검사를 활용하는 진짜 이유는 재범위험성이나 위험한 성향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봐야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심신장애 주장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과 더불어서요. 원래 싸이코패스 진단검사는요. 

폭력성과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는 자료로 형사사법 영역에서 활용돼 왔거든요. 

다시 말해 이 검사는 “불쌍하니 봐달라”는 자료가 아니라, “위험성이 높으니 강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쪽의 자료로 더 자주 쓰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양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하겠네요?

네. 법원은 양형할 때 범행의 잔혹성만 보는 게 아니라, 피고인의 성행, 개선 가능성, 재범 가능성도 함께 봅니다. 

그래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상 고위험군 판정은 “이 사람이 다시 사회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데 있어 불리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남양주 사건처럼 위치추적장치 부착, 사전 답사, 범행도구 준비, 전자발찌 추적 회피 검색, 도주 준비까지 드러난 경우에는 

단순한 충동범행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통제된 범행이라는 평가와 결합될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이 김훈에게 보복살인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하면서 이런 정황을 함께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범죄자를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순간, 마치 “원래부터 특별히 위험한 개인”의 문제로만 사건이 정리돼 버릴 수 있는데요. 

그러면 왜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는지, 경찰 대응에 허점은 없었는지, 스토킹이나 접근 통제 제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같은 더 본질적인 질문이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결국 사이코패스 진단은 사건을 이해하는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고, 범죄행위 자체와 그 범행이 가능했던 사회적 배경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