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29.9세>.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로 주목받은 전주 출신 고선경 시인의 산문집. 시·산문·일기 등 12월을 테마로 한 31편의 글이 이어진다.
1997년생인 시인은 올해 12월이 지나면 서른 살이 된다.
이를 '29.9'세라고 명명한 시인에게 12월은 '0.1'의 가능성을 품은 달.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기에 새로운 꿈을 꾸는 시간이다.
내년 30세를 맞는 사람에게, 또는 20대를 기억하고 싶은 분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 새로운 해를 맞을 모든 이에게 다정한 응원을 건네는 책이다.
이십대의 끝을 마주하여 가슴 떨리게 설레고, 손에 땀을 쥐도록 긴장하느라 자주 우스워졌던(「나 여기 살아」) 시절의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기억을 시와 산문, 편지, 일기 등으로 담아냈다.
“내 꿈은 사람을 사랑하기를 관두지 않는 것 /
나는 이 꿈이 다치지 않도록 잘 돌보고 싶다”는 문장이 좋았다.
“안 쓰고 망하는 건 열받는다. 그러니 시인은 안 써진다고 실망하지 않고 쓸 수 있는 만큼만 쓴다(21일)”는 다짐도 좋다.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실제로 매일 쓰지 않더라도 매일 쓸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
“많이 후회하고 많이 슬퍼하고 많이 운 다음에도 여전히 여분의 삶과 여분의 우리가 있으리라”(20일 편지).
는 성찰도 아름답다. 12월이 오면 왠지 조금 서글프고, 설명할 수 없는 중요한 무언가가 끝나버린 것 같아 후회와 슬픔이 밀려오기도 하는데, 충분히 후회하고 슬퍼해도 우리에겐 남은 날들이 많다는 것. 아직 창창한 여분이 응원하고 있다는 응원이 좋았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요즘 재밌게 한장씩 읽고 있는 <겨울어 사전>이라는 책이 있다.
“겨울눈, 겨울잠, 눈사람, 방학식, 보풀, 성탄, 입김, 코트……” 겨울 하면 금세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과 그 새로운 뜻이 수록된 창의적인 문학사전이다.
고선경 시인의 12월을 담은 <29.9세>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겨울 책이다. 이 책은 다음 주에 소개하겠다.
고선경 시인 소개?
90년대 후반 전주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고선경 시인은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산문집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가 있다.
젊은 세대 사이 ‘텍스트힙’이라는 전에 없던 독서 현상을 불러일으킨 주인공. 지금 한국 문학계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여성 시인으로, 내년에 3번째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