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토) 송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오늘의 주제는요?

오늘은 최근 대구에서 벌어진 아주 황당한 사건을 알아보겠습니다. 

과속 단속 카메라에 여러 차례 적발됐다는 이유로, 운전자가 아예 그 카메라를 뜯어서 자신의 차에 싣고 가버린 사건입니다. 

60대 남성이 공용물건은닉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이번 주 대구지방법원은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단속이 억울하다고 공공 장비를 통째로 가져간 건데, 법적으로 꽤 심각한 범죄입니다.

 

사건의 경위를 살펴볼까요?

그렇습니다. 사건은 올해 5월 29일 오전 11시 50분경, 대구 동구 봉무동에서 벌어졌습니다. 

도로에 설치된 무인 과속 단속 카메라 앞에 A씨가 차를 세우고 내립니다. 그리고 맨손으로 카메라 본체를 마운트에서 분리하더니, 그걸 그대로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 실었습니다. 

이 장비가 대당 1800만 원짜리 고가 장비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A씨는 그동안 같은 카메라에 여러 차례 적발돼 과태료가 반복적으로 부과되면서 분노가 누적됐다고 진술했습니다.

 

단속 카메라가 문제입니다. 이 장비는 경찰이나 지자체가 공무 수행을 위해 사용하는 공용물건입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형법 제141조, 공용물건은닉죄가 적용됩니다.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손상하거나 숨기면 공무 집행의 효용을 해치는 것으로 보고, 일반적인 재물손괴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합니다. 

반면 사유 재산을 숨기거나 손상하면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가 적용되는데, 공공 장비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공권력 자체를 침해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결과가 벌금 100만 원이면 비교적 가벼운 편 아닌가요?

매우 가벼운 편입니다. 실제 판례들을 보면 대부분 무거운 처벌이 이루어지는 편인데요. 

예컨대 제주 지역에서는 이동식 단속 카메라 장비 전체를 가져다 과수원에 묻어버린 운전자가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고요. 

또 부산에서는 단속 카메라 와이어를 절단하고 오토바이에 싣고 간 사건에서 공용물건손상죄와 절도죄가 함께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즉, 공공 목적의 장비를 가져가거나 숨기면 상당히 처벌이 무거운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이번 사건에서 벌금형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재판부가 가장 중요하게 본 건 피해가 바로 회복됐다는 점입니다. A씨가 카메라를 훔쳐간 다음날 바로 압수됐고, 장비가 고장 나지 않은 상태로 회수됐습니다. 

이 부분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만약 카메라가 손상되거나 복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18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은 물론이고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높았겠죠.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도 양형에 반영됐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과태료가 많이 나왔다고 해서 공공 장비를 뜯어간 것은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차동: 결국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큰 범죄가 될 수도 있다는 거군요.

홍민호: 그렇습니다. 단속 카메라는 단순히 과태료를 부과하려고 설치해 둔 게 아니라,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공익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임의로 가져가거나 손상시키면 공무 집행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가 됩니다. 

그래서 형법에서도 따로 공용물건은닉죄라는 조항을 마련해 강하게 처벌하는 겁니다. 이번 사건에서 벌금 100만 원 선고는 상당히 이례적이고, 무엇보다 장비가 바로 회수됐기 때문에 가능한 선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