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토) 송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오늘의 주제는요?

오늘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기소된 전직 영부인의 보석신문이 12일 열리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보석 제도와 구속집행정지 제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피고인을 석방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두 제도의 법적 성격과 취지는 전혀 다릅니다. 뉴스에서 “보석으로 석방됐다”는 표현을 자주 들으실 텐데요, 오늘은 그 기준과 절차를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보석이란 어떤 제도입니까?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을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석방시키는 제도입니다. 재판이 끝나기 전이라도 법원이 정한 조건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면 구속을 해제해주는 절차죠. 

형사소송법은 ‘필요적 보석’을 원칙, ‘임의적 보석’을 보충으로 두고 있습니다. 

다만 ‘필요적 보석’이란 표현 때문에 무조건 풀어줘야 한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법에서 정한 예외 사유가 없을 때만 허가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범죄가 중대하거나, 기존 전과가 있는 누범이거나,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거나,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으면 보석은 제한됩니다.

 

결국 실제로는 그 예외 사유가 쟁점이 되는 거군요.

맞습니다. 보석 허가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증거인멸의 염려’와 ‘도망의 염려’입니다. 

검찰은 거의 모든 사건에서 이 사유로 보석을 반대하고, 법원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증거인멸의 염려’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실제 가능성이 구체적이어야 하고, 주요 증거가 이미 확보됐다면 위험은 낮게 평가됩니다. 

‘도망의 염려’ 역시 형량이 무겁다고 해서 자동으로 인정되진 않습니다. 피고인의 직업, 가족관계, 사회적 유대 등 현실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그럼 보석금은 보통 얼마나 정해집니까?

법원은 범죄의 성격, 죄질, 도주 우려, 자산 규모, 피해 회복 정도 등을 고려해 금액을 정합니다. 

일반적으로는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가 가장 흔하지만, 사안이 중대할 경우 훨씬 높게 책정되기도 합니다. 

올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경우, 법원이 보증금 8억 원과 법원 출석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습니다. 사건의 중대성과 피고인의 재력, 도주 위험성 등이 종합된 결과입니다.

 

 

그렇게 큰 금액을 현금으로 내야 하나요?

송경한: 꼭 그렇진 않습니다. 실무에선 대부분 ‘보석보증보험증권’으로 갈음합니다. 

피고인이나 가족이 거액을 한꺼번에 마련하기 어려울 때, 보험회사가 법원에 대신 보증을 서주는 방식이죠. 

피고인이 재판에 성실히 임하면 판결 확정 후 보증금은 전액 반환되고, 도망이나 불출석이 생기면 보험사가 대신 납부하게 됩니다.

 

보석과 비슷한 제도로 ‘구속집행정지’도 있다던데, 이건 어떻게 다른가요?

송경한: 구속집행정지는 보석과 달리 법원이 인도적 사유로 직권에 따라 구속을 잠시 멈추는 제도입니다. 

피고인이 청구해 심사를 받는 보석과 달리,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죠.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신청서를 내더라도 이는 법원의 직권 발동을 요청하는 의미에 그칩니다. 

주로 중병 치료나 가족 장례 참석 등 긴급한 인도적 사유가 있을 때 허용되는데요. 

최근에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를 허가받은 사례가 있죠. 

이 제도는 보증금이 필요 없고 효력이 즉시 발생한다는 점에서 보석과 다른데요. 보석이 피고인의 권리라면, 구속집행정지는 법원의 인도적 재량에 따른 예외적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의 보석 허가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송경한: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보석 청구 사건의 허가율은 약 30% 정도였습니다. 

2013년엔 40%를 넘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했고, 최근 몇 년간은 30% 안팎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사건이 많아지면서 법원이 도주 우려나 여론 부담을 더 신중히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진 결과입니다. 

다만 장기 구속으로 방어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인도적 이유로 보석을 허가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