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요?
지난해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일본도 살인사건, 기억하시나요. 장식용으로 허가받은 1미터가 넘는 장검을 휘둘러 이웃 주민을 숨지게 했던 사건인데요.
재판부는 범행의 잔혹성과 계획성을 인정해 가해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7일, 이 사건의 가해자 아버지까지 사자명예훼손으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됐습니다.
피해자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문제였는데요. 오늘은 이 소식을 다뤄보겠습니다.
아버지가 올린 글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백씨는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23차례에 걸쳐 인터넷에 “일본도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중국 스파이였다” 이런 허위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이는 아들의 범행을 두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결국 고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한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백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상당히 무거운 판결에 속한다고 보이지만 실형은 피하게 됐는데요.
판결 이유를 보면 판사는 “백씨가 유족에게 큰 상처를 줬다”며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하면서도
“중국 스파이” 라는 표현이 비현실적이어서 일반인이 그대로 믿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실형 선고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의 반발도 있었다고요?
그렇습니다. 피해자 아버지는 선고 직후 “사과 한 번 없던 사람이 집행유예를 받다니, 우리를 두 번 울리는 판결” 이라고 분노를 터뜨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유족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겁니다. 향후 검찰이 항소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자명예훼손은 일반 명예훼손과 어떤 점이 다르지요?
송경한: 살아있는 사람은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면 처벌받을 수 있는데, 사자명예훼손은 오직 허위사실일 때만 성립합니다.
고인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 영역에 맡기자는 이유인데요. 만약 사실 적시까지 처벌한다면, 학문이나 창작, 토론활동이 위축될 수 있거든요.
또 우리 법에는 “사자 모욕죄” 는 없어서 사망한 사람에 대한 단순 욕설 또한 형사처벌 대상은 아닙니다.
결국 사자의 경우에는 이번 사건처럼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퍼뜨려서 명예를 실추시킨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되는 겁니다.
논란도 많다면서요?
이 죄는 역사적 인물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계뿐 아니라 대중문화계에서도 부담이 큰데요.
대표적으로 영화 명량에서 악인으로 묘사된 배설 장군의 후손들이 제작사와 감독을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례도 있었고요.
또 최근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면요.
12·12 군사반란을 다루면서 ‘전두광’, ‘노태건’ 이렇게 등장인물 전부를 가명으로 쓰거든요. 바로 이런 사자명예훼손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장치였던 겁니다.
사망자는 스스로 명예를 지킬 수 없기 때문에, 법이 대신 보호 장치를 두는 겁니다.
단순히 고인의 사회적 평가만이 아니라, 유족의 명예와 추모 권리까지 함께 지켜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그 의미를 다시 확인시켜준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