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요?
배우 이시영 씨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고 밝혔습니다. 임신 자체는 축하할 일이지만, 논란이 된 건 이시영 씨가 올해 초 이미 전 남편과 이혼한 상태였고, 전 남편의 동의 없이 혼인 중 냉동 보관해두었던 배아를 이식해 임신에 이르렀다는 점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서, 이번 주는 이 사안을 주제로 준비해봤습니다.
이시영 씨는 결혼생활 중 시험관 시술을 통해 둘째를 준비했지만, 실제 이식은 하지 않은 상태였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부부는 이혼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냉동배아의 보존 기간은 최대 5년으로 정해져 있는데요.
모든 법적 절차가 정리된 이후에도 냉동배아의 보관 기한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이시영씨는 폐기 여부를 고민하다 결국 임신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 법에는 이런 상황을 명확히 다룬 규정이 있습니까?
생명윤리법은 배아를 생성할 때 부부의 서면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생성된 냉동배아를 이식하는 단계에서도 동일한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이혼 후 배우자 동의 없이 배아를 이식해 임신하는 경우는 법적으로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민법 제844조는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고, 이혼 후 300일 이내 출생한 경우에도 친생자로 간주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을 지나 출생한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인지 절차를 통해야만 전 남편과의 법적 부자관계가 성립합니다.
이시영 씨의 둘째가 300일 이후 출산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법적으로 인지청구가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인지청구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가요?
일반적으로는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명백하면 인지청구는 인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사안은 전 남편의 헌법상 권리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헌법은 배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인격권의 하나로 보호하고 있고, 부모가 되지 않을 권리 역시 일정 부분 헌법적 보호 대상이 됩니다.
또 자녀가 생기면 상속 등 재산권 문제도 발생하게 되므로, 단순한 혈연만으로 인지가 인정되기엔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전 남편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병원이라던지 전 배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을까요?
작년 서울 동부지원 판결인데요. 남편의 동의 없이 냉동배아를 이식한 사례에서 전 남편이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시영씨 사건과 유사하죠. 하지만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배아 생성 당시 명확한 동의가 있었고, 이후 철회가 없었다면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동의를 철회하지 않은 상태라면 시술을 진행한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받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요.
생명윤리법에 이식에 대해서는 동의를 구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불법행위라고 보기 어려워서, 배우자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송경한: 미국에서는 이혼한 부부 간 냉동배아 사용을 둘러싼 소송이 다수 있었고, 대표적으로 테네시주 판결에서는 사전 합의가 없다면 부모가 되지 않을 권리가 우선된다는 원칙이 확립됐습니다.
이 판결은 이후 여러 주의 법에 영향을 주었고, 일부 주에서는 출산을 원하는 배우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입법도 진행됐습니다.
냉동배아의 법적 지위, 이혼 후 사용 조건, 생식결정권과 인격권의 충돌 문제 등 복합적인 쟁점이 얽혀 있습니다.
이제는 ‘출산의 자유’만이 아니라, ‘출산하지 않을 자유’까지도 논의해야 할 시대라고 보이는데요. 조만간 입법이 이루어져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