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시집은?
오늘 시집 제목은 <검은 양 세기>입니다.
흰 양이 아니라 검은 양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시집인데요. 우리 청취자님들 중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 많으시죠.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양의 수를 세면 도움이 된다고 하잖아요. 정말로 그럴까요? 오히려 수를 세는 일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정신이 더 말똥말똥해지기도 합니다. 그럼 왜 잠이 안 올 때 양의 수를 세라고 했을까. 아마도 양이 평화롭게 노니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최대한 마음을 편안하게 하라는 의미였을 거에요. 어디까지나 비유적 표현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 제목이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양을 세어야 할 불면의 긴긴 밤을 떠올리게 하고요,
왜 하필 ‘검은 양’을 세는지 궁금하게 합니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네요.
기대감을 품고 시집을 열면 어떤 검은 회화가 우리에게 어떤 프레임을 던져주며 물음표를 띄웁니다. 제목과 달리 검은 색이 없는 그 텅 빈 공간이 만들어내는 프레임 너머로 희미하게 비치는 ‘동중정動中動(움직임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을 넌지시 이야기합니다. 동중정은 격하게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동작에서 평온한 정적을 보게 되는 순간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 시집의 동중정이 말하는 것은 어떤 격렬한 고요, ‘검은 양‘은 그 고요 속의 죽음과 탄생을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시집에는 “없음”에서 촉발되는 ‘있음’의 가능태를 끝없이 이야기하는 불멸 의식이 투사된 작품들이 많습니다. 시집에서 반복적으로 어둠과 빛, 죽음과 생성, 없음과 있음, 상실과 발견이라는 상반된 주제를 계속해서 길어 올리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몇 개만 소개해 주시죠?
“상처는 감각의 지도가 된다 / 하얗게 표백되어 언제 어디서든 도착할 수 있는 최단거리의 사랑“
“어떤 환난과 사랑 속에서도 다시 당신에게 갈게요”
“검은 양 한 마리 / 검은 사람 한 마리 / 그리고 검은 당신”
시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2011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 2014년 대산대학문학상(시)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첫 시집으로 『월드』가 있고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시적 성취를 이룬 젊은 시인에게 수여하는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