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9(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할 책은?

세계적인 작가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라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하루키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클래식을 애청하며 창작의 원천이자 오랜 취미생활로 삼아왔는데요. 그는 "레코드를 모으는 것이 취미라 육십 년 가까이 레코드가게를 들락거리고 있다"라고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래된 먼지투성이 레코드를 싼값에 데려와 최대한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내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라는 그는 아날로그 레코드의 물성을 예찬하며 클래식 팬으로서의 애정을 드러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애독자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네요. 음반 비평도 전문가 뺨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렇습니다. 하루키는 이 책에서 차이콥스키,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 등 잘 알려진 작곡가들의 곡을 포함해 특별히 즐겨 듣는 거장 지휘자들의 음반도 소개하는데요. 소개된 곡은 100곡으로 연주자와 지휘자마다 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했는지에 대한 인상평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의 클래식 곡을 놓고 전세계의 유명 교향악단들이 연주한 6개 음반을 세세히 비교하면서 듣는 맛이 모두 다르다고 평하는데요. 

역시 소설가답게 이야기꾼의 면모로 소개하는 것이 특징인데, 영국의 유명 지휘자 '비첨'의 연주에 대해서는 "어깨 힘을 적당히 빼고 고상한 위트가 넘친다며 산전수전 다 겪은 친척 아저씨의 유쾌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클래식 애호가든 아니든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클래식은 하루키의 오랜 취미 생활이자 하루키 소설의 배경 음악이기도 한데요. 

<해변의 카프카>에는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대공’이, <노르웨이의 숲>에는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이 등장합니다. 소설집 <일인칭 단수>에 수록된 작품 ‘사육제’는 슈먼의 곡 제목이기도 합니다. 

 

하루키 작가는 TV 출연도, 신문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지만, 라디오 진행은 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맞습니다. 올해로 73세를 맞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름부터 민간방송 도쿄FM에서 비정기적으로 ‘무라카미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에 반대하는 뜻을 담은 ‘무라카미 라디오 특별판-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한 음악’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아무도 원치 않는 전쟁에서 젊은이들이 죽고 있다"는 말과 함께 제임스 테일러의 ‘네버 다이 영’으로 시작해 존 레논의 ‘이매진’ 등을 선곡했다고 하는데요. 

하루키는 예술가들의 정치적 발언이 드문 일본에서 종종 쓴소리를 해 온 작가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이나 우경화하는 일본 사회에 대한 경고 같은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