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7(목) 김형준의 마음지킴이

Q: 오늘은 어떤 주제일까요?

A: 며칠 후면 비교적 긴 설 연휴에 들어가는데요. 바쁜 생활 속에 못처럼 찾아오는 연휴이지만 고향방문이나 설날 준비 등으로 오히려 더 피곤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명절이면 찾아오는 정신적 심리적 어려움을 뜻하는 명절증후군에 대해서 말씀드릴까 했는데, 올해 설날은 지난 추석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하여 예전 같은 명절분위기도 아닐 것 같고 그렇다고 고향방문이나 여행 등 이동을 하는 것도 방역문제로 권장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모처럼 제대로 된 휴식의 기회를 가지라는 뜻으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대로 된 휴식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Q: 정신건강을 위한 제대로 된 휴식!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요? 

A: 그것은 바로 뇌가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 입니다. 인간의 뇌는 신체 전체 무게의 2% 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20%를 사용하고, 심장이 순간 방출하는 혈류량의 20%는 바로 뇌를 향해 갑니다. 그만큼 진정한 휴식을 위해서는 뇌 역시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 데요. 요즘 많은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는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하거나 TV를 보는 등 계속해서 뇌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뇌의 휴식이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뇌의 휴식이라 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A: 뇌의 휴식을 위해서는 한마디로 “멍 때리기”를 잘 해야 합니다.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바로 “멍 때리기”기 뇌의 건강, 나아가서는 정신 및 신체건강에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 최근 뇌 과학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입니다. 뇌 과학자들은  뇌영상 장치를 통해 사람이 평소 열심히 활동을 할 때는 조용히 있다가, ‘멍 때리기’는 같은 휴식의 순간 오히려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찾아냈습니다.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이 특정 부위를 과학자들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 DMN)’라고 명명했는데요, 마치 컴퓨터나 전자기기가 리셋하게 되면 초기 설정, 즉 default로 돌아가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바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찾아낸 것입니다. 문제는 치매나 조현병, 불면증, 우울증 같은 주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휴식을 취할 때에도 바로 뇌의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가 제대로 활성화 되지 않는 점입니다. 즉, 뇌의 초기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정신질환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반대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잘 활성화되는 사람들이 평소 생활에서 만족도가 높고, 일의 능률도 좋은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양호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뇌의 적절한 휴식이 건강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면 뇌의 휴식을 위해 잘 ‘멍 때리는 법’ 같은 것도 있을까요?

A; 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볼 때, ‘불멍’ ‘물멍’이라고 하죠, 멍하니 잔잔한 호수나 장작불을 바라볼 때, 창밖풍경을 바라볼 때, 명상을 할 때, 반복적이고 일정한 호흡으로 걷기나 등산 같은 운동을 할 때입니다. 반대로 멍 때리기, 즉 뇌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을 말씀드리면 ‘잠자리에 들기 전 음식 섭취를 할 때’, ‘잠자리에 누워서 TV나 스마트폰을 볼 때’, ‘빛과 소리가 너무 자극적인 게임이나 영상을 시청할 때’ 등입니다. 현대인에게 세상은 한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바쁘게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괜히 불안해지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하루에 잠시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실천하는 것이 올바른 휴식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번 연휴기간 잠시 행동과 생각을 멈추고 진정한 휴식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