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8(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추천해주실 책은?

최근에 <탱자>라는 산문집을 읽었는데, 매일 배달음식만 먹다가 담백한 한식 한그릇을 먹은 듯 속이 편해지고 깊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이 책은 산문가 박미경씨가 선배 문인·예술인 23명의 산문을 모은 은 것인데 이 글들이 마치 “탱자 같다”고 말합니다. 

작고 노란 탱자는 귤과(科) 열매지만 귤처럼 맛이 달콤하지 않죠. 

그렇다고 화려한 꽃을 피우지도 않아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탱자만이 낼 수 있는 자기만의 향기가 있듯, 이들 글에는 “아름다운 향과 색과 촉”이 살아있습니다. 

 

시인 백석·오규원·이상·장석남·함민복, 소설가 박완서·오정희·윤후명, 아동문학가 권정생, 음악가 황병기, 화가 김용준, 법정 스님에 이르기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산문을 골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 우리 지역의 사진가 김지연씨의 산문도 한편 실려 있습니다. 

"이 산문들은 그들이 일로서 애써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살면서 자연스럽게 내뱉어진 날숨과 같다"는 엮은이의 말이 기억에 남네요.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몇 편 소개해주신다면. 

김지연씨는 어릴 때 키우던 '부덕이'라는 개를 떠나보냈는데요. 동물을 껴안고 부비고 하는 잔정이 없어서 무심한 듯 지냈지만, 

어느 날 전주천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다 비슷한 개 한 마리가 비에 젖은 채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돌아서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혼자 살던 시인 함민복은 홀로 먹는 찬밥을 바라보다 어머니를 그리워합니다. 

중학생 때 그는 환갑 넘은 아버지를 따라 산일을 하러 갔는데, 더덕 캐는 재미에 빠져 예정을 넘겨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차려놓은 음식이 식어 있었답니다.

“몇 번을 데웠던지 졸고 식은 된장찌개는 짰다"면서 "어머니는 산에 간 두 부자가 달이 떠도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서 오래전에 마중을 나와 계셨던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