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9(화)임주아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2020년대 소설을 이쓸어갈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라는 소설집입니다. 

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데, 그중 4편이 문학상 수상작이라 이 책을백수린 수상작 모음집이라고 칭하기도 한답니다. 

지난해 7월에 출간됐지만, 매해 여름이면 생각나는 책이 될 듯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의 계절적 배경이 여름이 많아서이기도 한데,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물의 날씨를 더 없이 섬세하게 묘사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흑설탕 캔디>라는 작품이 좋았는데요. 주인공을 키워준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할머니의 4번째 기일날 남동생이 뜬금없이 묻습니다. 

"그 할아버지 기억 나?" 동생의 말에 의하면 그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연애한 적 있는 사람이고, 주인공의 기억에 의히면 '장폴'이라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에 산 적이 있습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주인공에게 할머니는 엄마 같은 존재였는데, 프랑스에서도 할머니는 든든한 사람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어느 날 1층 집에 살던 한 할아버지의 피아노 소리에 그 집 앞에 가만히 머물게 됩니다. 

그러다 언젠가 서툰 말로 묻습니다. "당신의 피아노를 쳐봐도 될까요?" 남다른 피아노 솜씨를 가진 할머니는 그렇게 할아버지 집에서 가끔 피아노를 치고 담소를 나누며 

장폴 할아버지와 친해지고, 조용한 연애를 하게 됩니다. '난실'이라는 이름의 할머니의 이름이 계속 생각나는 소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백수린 작가가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라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되면서 등단했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다섯권의 책을 출간했고요. 그 사이 서강대와 프랑스 리옹대 불문학 박사 학위를 땄습니다.

4개 대학교에서 다섯 과목을 가르치는데, 그중 두 군데서는 소설을, 다른 두 군데서는 불문학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그의 문장을 품위있고 우아하다고 평합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는 작가는 "적나라한 장면 묘사를 지양하고 존재의 미세한 기척 드러내고 싶다"고 말합니다.​